"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에는 마치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과 같은 즐거운 느낌이 따른다."
이것은 얼마전 의학저문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발표하여 주목을 받은 미국 에모리대학의 정신의학ㆍ 행동과학 연구팀의 논문요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 즐거움을 유발시키는 신경조직이 최고조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55종의 국가기본통계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는 '추계인구'처럼 통계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8종의 '가공통계'가 있으나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47종은 가구나 사업체를 직접 방문ㆍ조사하여 작성하는 '조사통계'이다.
그중 17종은 '인구주택총조사'처럼 모든 가구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이른바 '전수조사'이지만 '소비자물가조사' 등 30종은 표본가구와 사업체를 방문ㆍ조사하여 만들어내는 '표본조사'이다.
그런데 '표본조사'가 '전수조사'에 버금가는 정확도를 가지려면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선정된 대상은 자주 바꾸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조사하기 쉬운 가구나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조사하게 되면 통계의 정확도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년은 응답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5년마다 한번 일부 표본을 바꾸는 주기에 해당되는 해이다.
우리나라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배출했다. 특히 금번 월드컵의 성공은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얘기들 한다. 이들은 힘든 일을 마다 않고 자기 희생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우리 통계청의 조사에 응답하는 분들도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는 해야 할 귀찮은 일을 전국민을 대표해서 해주는 분들이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공짜로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나는 통계청장으로서 남을 위해 자신의 편안함을 희생하고 통계조사에 응답해 주신 고마운 분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아울러 그분들의 마음속에도 자기가 한 수고 덕분에 다른 사람도 함께 통계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작은 행복을 느낄 것으로 믿는다.
/오종남<통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