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자동차 부문의 관세철폐 시기를 7년에서 3년 안팎으로 대폭 앞당기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만 3년을 기준으로 수입이 많은 배기량 3,000㏄ 이상은 관세철폐 시기를 다소 늦추고 수입이 더 적은 3,000㏄ 미만 승용차는 더욱 앞당기는 식으로 조율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데는 관세철폐 시기를 앞당기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요구도 있지만 EU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차 협상 때 EU 측이 요구한 대로 자동차 관세철폐 시기를 상당히 앞당기는 안을 마련 중”이라며 “자동차 관세철폐 시기를 앞당기되 EU 역시 자동차 개방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물론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새로 제시할 자동차 양허안에 대해 “1차 때 7년을 제시했는데 이를 5년으로 낮추는 것은 별로 큰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며 “보다 더 낮춰 제시하는 게 제대로 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오영호 산업자원부 제1차관은 지난 29일 “3차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철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밝혔다. 그동안 산자부는 통상교섭본부와 달리 자동차 관세철폐 시기를 늦추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EU 측은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FTA에서 우리 측은 3,000㏄ 미만은 관세 즉시 철폐, 3,000㏄ 이상은 3년 내 철폐로 합의했었다.
자동차 양허안을 파격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측의 협상전략도 공세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2차 협상 때까지는 EU가 양허안은 물론 비관세장벽ㆍ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공세적인 협상전략을 들고 나와 우리 측이 협상 내내 밀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양허안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6년을 기준으로 양측의 자동차 교역은 한국이 4만8,450대(88억6,600만달러)를 수출했고 EU는 3만61대(16억1,500만달러)를 수출했다. 또 EU는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약 18.3%를 차지하고 EU 역시 우리나라 수출의 5.4%를 자동차가 차지하면서 양측은 자동차 관세철폐 시기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 측은 승용차 기준 8%의 관세를, EU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