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 매각 장기화] D램값 상승세에 협상 소걸음

잔존법인에 투자 조건…채권단 '15억弗+α' 제시하이닉스 매각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빠져들 조짐이다. 당초 지난달까지 자문사간 의견 조율을 마무리, 당사자간 담판을 지어야 했으나 뚜렷한 진전 없이 게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D램값 상승기조를 업고 양측이 '우보(牛步) 전략'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자문사 협상이 마무리돼도 양해각서(MOU) 체결은 이달 중순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닉스측 자문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수정안을 토대로 마이크론 자문사인 골드만삭스와 입장을 막판 조율 중"이라며 "여전히 수정 협상안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SSB 및 법률자문을 맡은 마크 워커 변호사(클리어리)와 수시 접촉, 핵심 쟁점에 대한 수정 제안을 보내고 있다. 채권단은 겉으로는 마이크론이 입장을 표명해오지 않고 있다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자문사를 통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지난주 말 김경림 외환은행장 등과 회동한 것도 우리측 협상안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조특위의 한 관계자는 "최대 관건은 잔존법인 생존방안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다른 협상안은 기술적 문제로,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 마이크론은 MOU 초안에서 인수대금 40억달러 중 잔존법인 투자분은 하이닉스가 결정하도록 위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마이크론이 비메모리 부분에서 손을 떼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우회적 방법으로 매각가격을 높이는 동시에 잔존법인에 마이크론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겠다는 게 채권단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이 요구한 15억달러의 신규자금 지원 외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15억달러+알파(αㆍ시장금리)' 조건을 내걸었다. 추가로 돈을 줄테니 잔존법인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잔존법인의 지분 20~25%에 투자할 'α' 자금은 2억~3억달러 정도.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채권 회수도 중요하지만 잔존법인의 생존을 위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생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밖에 핵심 쟁점 중 메모리법인(마이크론 코리아)에 대한 신규자금(11억달러 협조융자+4억달러 후순위채) 지원은 마이크론이 우리측 금리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주식 매각 금지기간도 1년 안팎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가기준 산정일은 마이크론이 MOU 체결 직전 5일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되 '하한선 35달러' 조건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우리측이 기존 입장(MOU 체결 직전 1주일, 1개월, 2개월 평균치 중 중간가격)을 고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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