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파급효과 '속빈강정' 우려

■ 차기 전투기 F-15K 확정완제품 수입으로 기술이전·축적여지 거의 없어 >>관련기사 먹을 게 없다. 무려 5조8,000억원에 달하는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이 본격 시작됐지만 국내에 떨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겉으로만 보면 4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F-15K 40대를 도입하는 데 투입될 총사업비는 미화 44억6,688만달러. 우리 돈으로 5조8,06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여기서 국내에 떨어질 돈은 약 3조7,700억원. 미국 보잉사가 절충교역 비율로 제시한 65%를 근거로 산출된 금액이다. 절충교역이란 우리가 미국제 전투기를 사주는 대가로 미국이 한국산 관련제품을 사주거나 기술이전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절충교역 비율이 70%로 높아지면 국내 항공산업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4조600억원으로 올라간다. ■ 경제적 파급효과 4조원은 허수 문제는 4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기술이전과 국내 축적 가능성이 크지 않다. F-15K 40대 전량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완제품 수입이기 때문이다. 지난 80년 이후 전투기 도입의 원칙이었던 조립 또는 면허생산을 통한 국내 생산이 아니라 직도입인 탓에 국내 항공기제작 업체가 관련기술을 축적할 여지가 많지 않다. 미국 보잉사가 내건 절충교역의 내역은 기술이전 8억8,000만달러, 국내 부품제작 및 수출 14억4,000만달러, 창정비 5억7,300만달러. 내역별로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창정비. 미국 공군이 운용 중인 전투기의 점검과 정비ㆍ보수 등을 한국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국내 업체가 5억달러가 넘는 창정비 실적을 올리려면 미국 전투기 전량의 정비를 맡아야 가능한 얘기다. 미국이 본토와 유럽 등에 산재한 기존의 창정비시설을 놓아두고 국내 업체에 맡길지 의문이다. 창정비 비용을 터무니없게 높여서 절충교역을 때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창정비는 기존에도 미국 극동공군의 물량을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마치 없던 혜택이 새로 생겨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국내 부품제작과 수출도 목표를 채우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 항공기부품의 수출실적은 4억1,700만달러로 9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여객기 날개와 동체 등 민수용 부품 수출이 대부분이어서 14억달러가 넘는 항공기부품을 미국에 팔려면 전투기부품 제작도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 새롭게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그나마 신기술이 적용되는 부품기술을 미국이 넘길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일 품목간의 교환구매라는 절충교역의 원칙이 변질될 수도 있다.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산 전투기 수입의 절충교역 대상이 됐던 사례가 반복된다면 국내 항공산업이 얻은 부수효과는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절충교역이 대미 흑자를 사실상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 절충교역 내용이 중요 약 9억달러로 책정된 기술이전항목도 공급자 중심으로 가격이 매겨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신기술을 넘겨줄지도 의문이지만 우리가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금액만 4조원에 달하지 그 상세내역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절충교역의 외형적 금액보다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동호 한국항공우주협회장(서울대 교수)은 "차기 전투기사업의 본격화로 국내 항공업계에 외형적으로나마 대형 프로젝트가 생겼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남은 협상의 주안점은 절충교역 물량이 항공산업 발전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충교역조건 실행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절충교역의 이행과 내용 점검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평가와 검증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형 군수프로젝트가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실제 알맹이는 아무도 모르는 채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4조원에 달한다는 경제적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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