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11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역내 정상회담을 열어 증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은 공급부족보다는 국제 투기자본들의 준동(?)이 유가 상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고 지난 9월 OPEC 회의에서는 11월부터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추가 증산은 약속하지 않았다.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오데인 아주모고비아 석유장관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고유가는 수급보다는 투기 때문”이라면서 “원유가 더 공급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최근의 유가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인과 함께 국제 투기자본의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제유가의 상승이 공급부족과 달러가치 하락, 터키의 이라크 진군 등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시각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 여름 미국발 신용경색 이후 투자처를 잃은 국제 투기자본들은 미국의 채권이나 주식을 팔아 원유나 금 또는 비금속광물ㆍ곡물 등 원자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의 경우 최근 선물가가 현물가보다 낮아지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국제 투기자본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 이들 투기 세력은 원유 선물을 미리 사뒀다가 현물가 수준으로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법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17일 런던에서 낸 월간보고서를 통해 곧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