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 정보사회에 대한 예의

김형! 어느새 성큼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이번주 말에는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고궁에 나가보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뒤돌아보면 세상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없던 날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처럼 디지털 정보 혁명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소설 ‘개미’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환상이 현실이고, 현실이 환상인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 길목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샌드라 불럭이 주연한 영화 ‘네트’에서 평범한 컴퓨터프로그래머였던 여주인공은 범죄자들이 조작해놓은 정보로 인해 하루아침에 수배자로 전락해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영화는 디지털정보사회ㆍ네트워크사회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조지 오웰이 그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빅브라더사회를 예견한 것처럼, 어윈 윙클러 감독 역시 199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통해 디지털정보사회ㆍ네트워크사회의 문제점과 위기를 진단합니다. 몇 달 전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 4.0’ 역시 한꺼번에 허물어질 수 있는 디지털정보사회의 또 다른 위협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교통ㆍ금융ㆍ통신ㆍ가스 등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가 주요 인프라가 고도의 해킹기술에 의해 범인의 손아귀에 들어가 마비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만 끝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 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마저 생깁니다. 정보기술(IT) 유토피아가 결코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컴퓨팅과 네트워크의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도청, 스팸 메일, 디지털 금융사기 등의 역기능 또한 갈수록 지능적이고 위협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툭하면 휴대폰으로 대출이나 대리운전 스팸 문자가 날라 오지는 않습니까. 나도 모르게 깔린 프로그램들 때문에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이상한 화면으로 바뀌어 곤란했던 적은 없었습니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때입니다. 법ㆍ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개인 스스로 정보 보호가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IT가 발달할수록 디지털정보사회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정보사회에서의 예의란 스스로 관리하는 정보나 시스템에 대해 정보 보호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김형,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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