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골프장의 락커에는 이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 중에는 대부분 「상법 제153조에 의하여」라고 그 법적 근거까지 명시하여 놓고 있다.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업의 유형 중에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공중접객업이라는 유형이 있다. 그런 시설로는 극장을 비롯해 여관, 음식점 등이 있다. 음악당과 콘도미니엄, 목욕탕, 헬스클럽, 골프장, 볼링장, 경마장, 카지노 등도 이에 속한다.
상법은 이들 영업장에서 손님의 휴대품이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 사업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손님으로부터 임치(任置)받은 물건의 경우에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치를 받지 아니한 물건의 경우에도 자기 또는 사용인의 과실로 인한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법 제152조)
여기에서 「임치를 받는다」는 말은 보관의 의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골프장의 프런트에는 대체로 「귀중품보관함」이 준비돼 있다. 곳에 따라서는 락커의 한 옆에 이같은 보관함이 따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즉 여기에 보관시킨 고가품은 골프장사업자가 그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사업자에게 그 책임이 없다. 안내문은 바로 이런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가 특별히 설치하여 놓은 귀중품보관함에 보관시켜 놓은 경우라도 항상 안심해서는 안된다. 우선 그 열쇠를 잘 보관하여야 한다. 어쩌다 이를 분실하였으면 담당자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그 사이에 사고가 일어났으면 그 사고에 대해서는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함께 귀중품을 맡길 때는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맡겨진 휴대품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상법 제153조)
다시 말해서 내용물을 정확히 명시했다면 사업자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보관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만 그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김교창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