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6월 14일] 전시회 관람 문화 바꾸자

얼마 전 긴 연휴를 맞아 종로 인사동 전시장을 둘러보게 됐다. 인사동 한복판은 마치 축제가 연상될 정도로 나들이 인파로 들썩거렸다.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전시장 문을 젖히는 순간 다른 곳에 온 듯한 한산함이 느껴졌고 작가와 그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문득 빈센트 반 고흐 전시가 떠올랐다. 그땐 어렵사리 입장 티켓을 끊어 60여분을 기다려 입장하고 사람들의 비좁은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작품 한 점 한 점을 둘러봤는데 이곳 전시장은 너무 한산해 대조적인 모습을 띄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만나보기 위해 또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기 위해 줄을 서서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시선은 만족감에 도취돼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인근 작은 전시장을 보면 너무나 한산해 하루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전시회는 작가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나타내는 기회이고 대중과 호흡하는 하나의 창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안타까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형 화랑은 대중매체를 이용해 거장들의 작품 전시를 홍보하고 이에 관객들은 쉽게 국내 작가의 전시를 뒤로한 채 발길을 옮겨버린다. 이에 필자는 의문을 갖게 됐다. 실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하나하나마다 개성을 갖고 있고 우리 정서에 맞는 독특한 가치의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작품들은 관객과 쉽게 호흡하지 못하고 그만 묻혀 소수의 미술인들만 알고 지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작품 성향의 대중성 유무를 배제하고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중의 선택이 좀 더 다양해진 만큼 대중의 선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작가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 아닌 보다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관심이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계에서 발간하는 책자를 참고해 국내 작가 전시 투어를 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미술계는 대중에게 보다 많은 전시 채널을 제공하고 전시장을 찾은 대중에게 해외 작가의 우수성보다 국내 작가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가들 또한 스스로 노력해 관람객들에게 다가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도 대중매체의 홍보에서 벗어나 가까운 작은 전시장을 찾아 작가에게 한발 다가서서 한 작가의 오랜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외 작가에 대한 동경 어린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널을 탐구해야 한다. 관람객이 선택한 전시가 해외 유명전시보다는 우리 정서에 더욱 맞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와 대중의 완만한 이해관계가 지속적으로 성립돼 단기적인 선택보다 장기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해외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조금씩이나마 돌려야 할 것이다. 해외 작가에 대한 무한한 동경으로 외면 당하는 우리 작가들에게도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우리의 정서 속에서 자란 작품세계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동경보다 더욱 가깝게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 작품세계를 외면하는 발걸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대중매체에 휩쓸리는 현실과 싸우며 오늘도 설득에 나선 작가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