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지배구조 개선방향

새해 들어 삼성, 현대자동차, LG그룹 등이 최우선 경영목표로 신뢰-윤리경영에 대한 행동강령을 제정,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재계의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 윤리경영은 기업 신뢰와 CEO 도덕성은 물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에 기여하기 때문에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기업 신뢰회복 강령이 채택되었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 윤리경영에 적극적인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않는 기업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는 소유 집중의 문제, 계열사를 통한 출자와 과다차입, 선단식 경영, 1인 지배의 경영체제가 특징이다. 때문에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견제장치가 매우 취약하며, 소액주주의 권익이 거의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집단소송제의 조기 도입과 사외이사제의 강화 등이 논의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재계의 반대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번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온 5+3원칙의 개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편이다. 더욱이 미국의 엔론 사태로 비롯된 분식회계 스캔들로 미국식 자본주의와 경영모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붕괴로 미 의회가 대대적인 기업회계 개혁에 착수하여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사베인스 법안을 통과시켰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 금융그룹의 파산은 한 딜러에게 지나친 권한 위양, 규제조치 미흡, 윤리의식 결여 등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 90%가 글로벌 회계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의 75%는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하였다. 때문에 기업의 미래 생존조건으로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미래의 기업 경쟁력은 對환경 변화에 어떻게 신속히 대응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층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제도화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상호간에 "신뢰를 중시하는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으로 시장신뢰 획득을 위해 투명한 회계기준 및 견제-균형의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기관투자가와 시민단체를 통한 기업 감시기능 강화와 더불어 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하에서 자율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하는 선진형 기업지배구조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시장자율기능에 맡겨야 한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나 간섭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주주권리 강화, 이사회 기능과 독립성 강화 등의 큰 원칙 하에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불합리한 시장-경제-재벌시스템은 국가경제 위기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시스템 개혁을 국민 경제의 효율성 증대 측면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 개혁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순리에 따른 개혁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재벌의 역기능은 개혁해야 하겠지만, 그 순기능은 발전시켜 디지털 경쟁 환경에 부합한 "우리 고유의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델"로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기업 삼성전자와 민영기업 포스코 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성공한 기업에서 우리 기업문화의 특수성이 반영된 독자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육성해봄직하다. 이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설위원ㆍ서울경제연구소장(經博) h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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