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디플레이션 가능성

설비과잉 해소안돼 도매물가 예상밖 하락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은 낮아졌지만,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월가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일부의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일본과 같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도매물가는 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0.4%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던 월가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노동부는 야채 가격이 28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구, 도매물가가 하락한 원인으로 공산품 가격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경제는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에 진입하지 않았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12개월 소매물가지수는 1.4%로 아주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해 전 같은 기간의 3%보다 낮아진 것이다. 또 FRB가 주목하고 있는 개인소비지출 지수는 0.6%이며, 지난 1ㆍ4 분기 국내총생산(GDP) 물가지수는 0.35%로 거의 0%에 근접하고 있다. FRB는 이 같은 현상을 '물가 안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가격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연간 2% 떨어졌고, 수입 물가도 3.3% 하락했다. 자동차도 무이자 할부판매에 이어 가격 할인을 단행하고 있고, 컴퓨터 가격은 하락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세계적인 설비과잉 상태에 수요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주장, FRB내 매파로 분류됐던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의 알프레드 브로더스 총재는 최근 "걱정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상품 가격이 하락, 기업 수익이 저하되고, 주가의 거품이 가라앉게 된다. 또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을 경제정책의 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더 큰 해악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FRB와 월가의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저물가 현상이 지난해 경기 침체의 후유증에서 발생한 것이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 주류 이론은 현재의 저물가 현상이 경기가 확실히 회복될 때까지 FRB가 현재 1%대의 단기금리를 지속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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