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과거와 미래를 보는 눈

20여년 전 미국 법인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다. 하루는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갔다가 초등학생 정도 되는 미국 꼬마와 야구공을 던지고 받게 됐다. 꼬마가 너무 멀리 서 있길래 가까이 오라는 신호로 한국에서 하듯이 손바닥을 보이며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랬더니 꼬마는 자꾸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어 손등을 보이며 앞뒤로 흔들자 그제서야 앞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동서양의 일상 생활 관습 가운데는 상반되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든 것처럼 동양에서 오라는 수신호를 서양에서는 가라는 제스처로 받아들인다. 또 동양에서는 손가락을 굽히면서 수를 세는 반면에 서양에서는 손가락을 펴면서 셈을 한다. 동서양간에는 이와 같은 생활 관습뿐 아니라 민족의 사고방식과 가치 판단 기준을 반영하는 언어 관습에도 상반되는 것이 있다. 한 예로 무엇을 먼저(先)라고 하고 무엇을 나중(後)이라고 하는 ‘선ㆍ후’ 개념이 정반대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선조ㆍ선대ㆍ선배 등에서와 같이 ‘선’은 과거를 의미하며 후손ㆍ후대ㆍ후배 등에서와 같이 ‘후’는 미래를 의미하고 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를 ‘선(forward)’이라고 하며 과거를 ‘후(backward)’라고 개념 짓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에서는 과거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미래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동양에서는 고향이 같거나 출신 학교가 같으면 쉽게 친숙해지며 선후배간의 예의가 깍듯하다. 또한 한번 맺은 과거의 인연은 쉽사리 단절하거나 잊지 않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정반대로 미래에 바람직한 이익이 예상될 때는 과거의 인연을 쉽게 잊어버리거나 과거의 인연이 방해가 될 때는 과감하게 단절해버리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입사 후 30여년 커리어의 대부분을 주로 서구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사업을 담당해서 소위 서양물을 많이 먹었다는 필자도 때때로 갓 망건 쓰고 구두 신은 듯한 어색한 경우를 경험한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동양의 정(情)과 의리ㆍ실리에 근거한 서양의 가치 판단 기준을 잘 조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대처해야 손해보지 않고 제몫을 챙길 수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가나 개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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