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리는 론스타와 달라요"

먹튀 논란에 "우리도 도매금 신세" 외국계 부동산투자펀드들 하소연<br>"이왕이면 국내업체" 국민정서법에 빌딩매각 입찰서 잇단 고배 '쓴 맛'


“우리는 론스타와 다르다니까요.” 외국계 부동산투자펀드인 A사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빌딩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가 쓴 입맛을 다셨다. 자산 현황이나 신용도 등 모든 측면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국내 투자펀드에 밀려 고배를 마셨기 때문. A사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 파문 이후 외국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험해졌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외국계 회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국민적 비난여론이 고조되면서 같은 조건이라면 외국계에는 안 팔겠다는 ‘정서법’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강남 스타타워를 인수ㆍ매각하는 과정에서 2,800억여원의 차익을 남겼지만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최근에는 외환은행 편법인수 및 매각차익 4조5,000억원에 대한 과세 문제로 검찰ㆍ국세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부동산펀드들은 투자유치 문제로 클로징(계약체결)에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강력한 자금력과 선진금융 시스템을 앞세운 외국계 회사가 선호돼왔다”며 “그러나 뉴브리지캐피털과 칼라일ㆍ론스타로 이어지는 외국계 펀드들의 잇단 먹튀 논란 때문에 분위기가 역전됐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는 국내 토종 펀드들의 약진도 자리잡고 있다.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서는 이른바 ‘2세대’ 외국계 투자펀드들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ㆍ코람코 등으로 대표되는 토종 펀드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 론스타ㆍ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랜드리스ㆍ리먼브러더스 등 이른바 1세대 외국계 큰손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 싱가포르투자청ㆍ칼라일ㆍGE캐피탈ㆍ로담코 등의 1.5세대 펀드들이 등장했고 뒤를 이어 DECAㆍDRGI 등 유럽계 연기금 펀드들이 2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 때문에 국내 자본이 특별히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빌딩 소유주가 국내 기관이나 대기업일 경우 여론과 국민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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