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TO,미 301조 강력 비난

◎“다자·쌍무 이중 잣대로 무역분쟁 야기”/클린턴 2기 강경통상정책 사전봉쇄나서/금융·정부조달·통신 등 조속개방 요구도세계무역기구(WTO)가 미 보호무역정책의 「전가보도」격인 통상법 301조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WTO는 12일 공개한 「미 통상정책에 관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WTO 출범에도 다자 및 쌍무접근법을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적 태도로 각국간 통상부문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 『다자간 접근을 통한 무역갈등 해소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미측이 상호주의를 앞세우며 여전히 개방을 미루고 있는 금융과 정부조달, 통신 등의 조속한 개방을 요구했다. WTO의 이번 보고서는 우선 발표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의 2기 출범이 확정된 상태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기안자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지난 92년 클린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세계 무역질서에 몰아닥친 「수퍼 301조」의 악몽을 되새기고 있다. 국익우선을 앞세우는 클린턴 행정부의 취임후 일관된 정책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예외없는 보복」이었다. 이는 취임 첫해인 93년 외국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법안 40여개가 무더기로 의회에 상정되면서 표면화됐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이 다자간 무역체제인 WTO가 출범한 지난해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 EU는 클린턴 행정부의 2기 출범과 함께 이같은 보호주의 색채가 다시 노골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통상정책에 유연한 입장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재임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클린턴이 적극적 대외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게 회원국들의 판단이다. EU를 중심으로한 회원국들은 현시점에서 클린턴 진영의 이같은 정책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보고서에서 나타낸 것이다. 보고서에는 또 미국이 WTO라는 다자간 협상터널을 국익 도모를 위한 또 하나의 장치로 이용해왔다고 판단, 이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회원국들의 의지가 묻어있다. 미국은 통상법 301조를 통한 쌍무협상을 내세우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WTO를 협상의 배수진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일간 필름분쟁. 미국은 일본이 필름시장 개방을 미루고 있다며 끊임없이 보복위협을 가했다. 협상이 여의치않자 최근엔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보고서에서 밝힌 「다자 및 쌍무적 접근」의 전형인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그간 국제무역관계에서 소극적 입장에 있던 WTO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력을 발휘할 것임을 시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클린턴 2기동안 WTO의 위상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WTO가 종전의 「허울좋은 명목상의 기구」에서 앞으로는 「국제무역질서를 처결하는 실체」로 태어날 것이라는게 이번 보고서를 접한 전문가들의 견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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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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