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내 기업환경에 대한 외국기업인의 쓴소리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주 말 전경련 국제경영원과 공학한림원이 각각 주최한 포럼에서 쏟아낸 쓴소리는 한국의 기업 경영환경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반기업 정서, 강경 노동운동과 경직된 노동시장, 각종 규제와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기업환경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국서 기업하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이삼희 한국네슬레 사장의 말은 상황의 심각성을 새삼 실감케 한다. 노조의 파업, 직장폐쇄 조치 등 격렬한 노사분규를 경험한 그는 “한국에는 불법행위도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면 정당화되는 인식과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법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과격 노동운동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외국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사안이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피터 튤리스 주한EU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금융ㆍ외환ㆍ노동시장에 아직도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 많고 규제의 틀이 관료적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반기업 정서, 정부의 전문성 부족과 규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한 규제완화 등 여러 조치를 취한 것도 사실이다. 또 한국노총은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의 노조 역할‘을 내세우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기업 CEO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여전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거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외국기업들은 외자유치 차원에서 여러 우대를 받는다. 그런 그들이 이런 어려움을 토로한다면 국내기업들의 어려움이 어떨지는 쉽게 짐작된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기업이 잘될 리 없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국제규범에 맞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제 살리기의 첫번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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