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600P선 붕괴하던 날 “정쟁에 경제만 죽는다”

◎“정치권 비자금폭로가 부채질”/본사·증권부에 항의전화 빗발 증권사, 담보부족계좌 정리분주/“일정기간 거래정지를” 넋두리도○…주가지수 하락폭이 깊어지면서 본사 증권부에 「성난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 퇴직금까지 날렸다는 한 투자자는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증시붕괴를 막을 특단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 일부 투자자들은 『정치권의 비자금 폭로가 한국경제와 증시를 침몰시키고 있다며 이같은 폭로전을 즉각 중단하라』며 정치권을 집중 성토하기도. 또 다른 투자자는 『경제를 다 죽이면서까지 혼자만 살아 남으려고 하느냐』면서 『주식투자자들이 모두 쓰러지면 금융시장붕괴와 이로인한 대한민국경제의 마비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 모 증권사지점의 한 직원은 『자신도 중간퇴직금마저 날려 막대한 타격을 입었는데 투자자들의 원성에 곤혹스럽다』며 『증시붕락의 원인은 많지만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푸념.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증권사지점마다 신용담보부족 계좌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 이미 담보가 바닥난 계좌는 물론 담보부족이 임박한 계좌들도 미리 손을 써야 한다는 판단으로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 한 증권사 직원은 『이틀전까지만 해도 6백포인트가 붕괴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6백포인트가 무너지면 주식을 살 때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며 『하지만 6백선이 붕괴되자 이같은 희망도 사라져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돌변했다』고 푸념.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외국인들이 해도 너무한다고 원망하는 소리도 있었으나 대다수 직원들은 『국내 기관들도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하지 않고 팔자에 가세하는 마당에 외국인들만 바라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자포자기. ○…증권거래소 임원들은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자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 거래소의 한 임원은 주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추락하자 『기아사태가 주식시장을 기아상황으로 몰아간 격』이라며 『불안해서 도저히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다』고 침통한 표정. 직원들 역시 부서별로 삼삼오오 모여 증권단말기를 바라보면서 『이러다가 증권산업의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며 『선물시장에서 처럼 일정 시간동안 거래를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라도 발동시켜야 할 판』이라고 넋두리. ○…16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무려 25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 6백선이 붕괴되자 증권업계 직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각 증권사 객장은 투자자들이 떠나버려 썰렁한 상황이었고 이따금 주가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전화만 걸려올 뿐 주문마저 한산해 영업직원들은 대부분 일손을 놓은 상태. 모증권사 투자분석부 직원은 『종합주가지수 6백선은 심리적인 의미를 가지는 지지선이었을 뿐 이미 최근 증시는 기술적인 분석과 예측이 불가능해진 지 오래』라며 『현상황에서 주가전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탄. 한 증권사 본점영업부 직원은 『전장내내 매수주문은 한 건도 없었고 혹시 정부의 대책이 나올 것 없느냐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만 걸려오고 있다』며 한숨. ○…감독기관인 증권감독원의 관계자들도 증시의 끝없는 추락에 한결같이 난감해하는 모습. 관계자들은 『올들어 이처럼 증시상황이 악화되면 불공정거래 조사나 업계에 대한 검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과거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집단항의나 시위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 증감원의 한 고위층은 『증감원이 직접 증시부양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상황을 종합분석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 정책당국에 전달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장 지지의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종합주가지수 6백포인트대가 붕괴된 15일 이후 증권사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분위기.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명동지역 증권가를 찾았던 일부 투자가들은 주가지수가 전장에만 20포인트이상 하락하자 허탈한 표정. S증권사는 장마감직후 시황방송을 통해 『이제 증시는 자생력을 잃어버렸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호소성 멘트를 내보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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