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黃 교수의 집념과 소외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투서를 받을 때가 있다. 어떤 투서는 서툰 글과 내용의 제보로 신뢰성도 의심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종종 있다. 즉 검찰이나 경찰ㆍ국세청 등 당국에 투서를 보내놓고 신문에도 유리한 기사가 나도록 하기 위해 기자에게도 투서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투서들은 대개 정보가 정확하다. 심지어 이중 회계장부 등 회사의 극비 서류를 그대로 복사해 첨부하는 일도 종종 있다. 왜냐하면 투서자가 종종 회사 내부 사람이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 사이는 절대 같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란다. 성공하면 성과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관계가 깨진다고 한다. 황우석 교수 파문 역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황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인위적 실수(일부에서는 ‘조작’이라고 본다)’에 대한 내부 연구원의 제보로 MBC 취재가 시작됐다. 그리고 파문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킨 사람도 그동안 황 교수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왜 황 교수가 그렇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을까. 지금까지 확실하게 드러난 사실은 줄기세포 자체, 혹은 줄기세포 기술의 존재 유무를 떠나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사진이 ‘조작’됐고 이에 따라 황 교수 스스로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세계 줄기세포 허브 등 줄기세포 연구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황 교수의 집념이 과도해 그런 조작을 낳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집념이 과도해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주도권이 ‘권력화’하고 그 권력이 ‘조작’을 낳으면서 대파문의 싹이 트지 않았을까. 노성일 이사장은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좌지우지하고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황 교수의 권위에 누가 대항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권력은 당연히 그에 추종하는 세력과 소외받는 세력을 낳는다. 권력을 유지하면서 무엇인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추종하는 세력에 비전을 줘 성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하는 한편 소외받는 층을 다독거려 이탈하거나 훼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어느 조직에서든 줄기세포 연구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러한 ‘소외의 치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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