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급한 '신용문맹' 퇴치

'4명중 1명은 신용카드를 빌려준 경험이 있으며 5명중 1명은 카드연체 때문에 가족과 다퉈봤다.' 최근 서울YMCA가 발표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신용관리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사는 신용카드 소지자 2명 가운데 1명이 즉흥구매 경험이 있고 30% 이상이 카드대금을 연체한 적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카드사들이 연체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신용갱생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창구를 찾는 '신용불량자'들을 보면 고의로 돈을 떼먹으려는 작정한 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신용카드를 마치 '미다스의 손'으로 여겨 카드대금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사용,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뒤집어 썼다. 이들은 성인이 돼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물건을 구매하고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줄만 알았지 신용관리라는 기초적인 개념조차 배우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 도움을 주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그저 눈 앞의 순간을 즐기는데 그친 셈이다. 이들처럼 신용관리에 무지한 '신용문맹자(credit illiterate)'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신용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당위론 외에 구체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직장인들 서넛 가운데 두세 명은 카드를 배우자에게 빼앗기거나 모두 가위로 잘라버린 경험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법을 배우며 신용을 몸에 체득하지 못한 것이 크게 한번 혼쭐이 나고서야 잘못을 고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올들어 정부가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카드 관련 소비자 보호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신용관리 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 밖에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교과서에 신용교육 내용을 담기로 했다. 정부와 학교 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가정, 각급 기관 등 사회 전체가 나서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김호정<생활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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