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학력 지상주의 뿌리뽑아야

가짜 학위로 물의를 일으킨 신정아씨가 결국 동국대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신씨 학위에 대한 진위 논란은 이로써 일단락 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학력 위조 파문’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모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던 건축 디자이너가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밝혀져 그에게 호감을 가져온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고 무료로 집을 고쳐준 후 기뻐하는 그들과 함께 웃으며 감동을 줬던 그다. 하지만 학위 위조설에 대한 해명 요구에 ‘해당 학교에 물어봐야지 그걸 왜 나에게 묻냐’는 식의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학력을 위조하고 국민들을 속였는데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도리어 진위 여부를 학교 측에 떠넘기고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신씨 역시 학력 위조 및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을 때도 학위 위조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논문 표절 가능성은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학력 위조, 논문 표절 등의 범법을 서슴지 않게 행하고 그 사실이 밝혀져도 부인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과 학력 지상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낸다. 우리 사회에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학력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위조 학력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유명해지면서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습들을 보며 충격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신씨처럼 뒤늦게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재수없어서 걸린 극소수’의 경우로 그친다면 선량한 시민들마저 학력 위조의 유혹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또 너도 나도 상대방의 학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 및 경력 등에 대한 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과 경찰에서 학원 강사들에 대한 학력 진위 조사에 나섰으며 기업들도 임ㆍ직원들의 졸업 여부를 출신학교에 확인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제2, 제3의 신정아가 등장하면 사회는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쯤 거쳐야 할 일이라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력을 위조하는 범법행위는 물론 학력 지상주의까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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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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