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진 산업기술체헙관]<2> 미국 산업기술체험관의 버팀목, 메세나

[선진 산업기술체헙관]<2> 미국 산업기술체험관의 버팀목, 메세나<br>샌프란시스코 체험관은 후원금이 예산 40%차지<br>전시실 마다 기업 로고…기증품으로 채워지기도<br>기업밀착형으로 사실상 '메이드 인 엔터프라이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업기술 강국이자 산업대국이다. 그만큼 산업기술체험관의 설치와 운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산업기술체험관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하나 있다.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과 연계한 기업 밀착형 운영시스템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산업기술체험관들은 설립 단계에서부터 전시물의 설치와 구성, 업그레이드, 그리고 운영자금 마련에 이르기까지 전 부분에서 기업들의 전(全)방위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실제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의 주요 전시실과 전시물은 기업 또는 기업가들이 후원한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산업기술체험관 익스플로러토리엄은 기업과 기업가의 후원금 비중이 전체 예산의 40%나 되며, 이를 바탕으로 체험형 전시물을 직접 제작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미국의 산업기술체험관은 기업들이 만들고 기업들에 의해 운영되는 메이드 인 엔터프라이즈 산업기술체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기술체험관의 동반자, 기업 미국 산업기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려면 시카고의 하이드파크에 가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곳에 미국 산업기술체험관의 대표주자인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이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은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인 시어스로벅앤드컴퍼니의 줄리어스 로젠왈드 회장이 산업기술문화 진흥을 위해 건설한 것으로 '눈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기술'을 모토로 삼아 지난 1933년 개관했다. 여기에 처음 들어서는 관람객들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3개 층 5만6,000㎡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전시장, 그리고 그에 걸맞은 초대형 전시물들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온몸이 압도되는 것. 하지만 홍보담당자인 리사 마이너는 "이곳이 미국 산업기술체험관의 모태로 불리게 된 것은 75년의 전통이나 규모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 진가는 기업과 함께 생동하는 전시물에 있다"고 강조한다. 무슨 뜻일까. 그의 말을 되새기며 전시물을 살펴보니 과연 기존의 산업관이나 과학관과는 다른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주요 전시실과 전시물마다 거의 어김없이 붙어 있는 기업들의 로고와 기업인들의 이름이 그것이다. 마이너는 "이것들은 각 전시실의 설치를 후원했거나 전시물을 기증한 기업과 기업인"이라며 "급변하는 산업기술 트렌드에 맞춰 산업기술체험관도 항상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메세나 활동은 산업기술체험관의 알파요, 베타"라고 말했다. 실제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전시물들은 기업 및 기업가들의 후원, 제품 기증, 합작으로 일궈낸 메세나 활동의 산물이다. 일례로 현대 농업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2층 '팜 테크' 전시실의 대형 트랙터는 농기구 제조업체인 존디어가 기증했다. 또한 모토로라는 3층 산업기술관 내 기획전시실에 자사의 초기 모델인 핸디-토키부터 최신 모델인 레이저에 이르는 모든 기종을 전시해 휴대폰 기술과 디자인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의 상징물이 된 U보트(U-505)와 보잉 727 항공기 실물 또한 각각 미 해군과 유나이티드항공의 기증품이다. 이외에도 UPS, 보잉, JC페니 백화점, L.L.빈 등 다양한 기업들이 전시장 곳곳에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기술의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메이드 인 엔터프라이즈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과 기업가들의 메세나는 기부금으로도 이어져 산업기술체험관 살림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한해 예산의 10% 이상이 이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377만달러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은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최신 전시물 수준을 유지하고 산업기술 인재양성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자체가 기업인에 의해 설립됐다는 점에서 기업이 만들고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메이드 인 엔터프라이즈 산업기술체험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난해 4월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이 총액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기금모금사업인 '과학의 재발견(Science Rediscovered)' 프로젝트를 선뜻(?)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 출연금이 610만달러에 불과해 사실상 기업들의 후원 여부에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업 추진 7개월여 만인 지난달까지 1억2,800만달러의 재원이 확보됐는데, 이중 5,080만달러가 기업과 후원단체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것. BP 재단, 모토로라 재단, 아메리칸 패밀리 인슈어런스, 보잉, 혼다, 페오플레스 가스, 애보트, 올스테이트, 백스터, 컴애드, 도미닉스 등 무수한 기업들이 산업기술문화 진흥을 위해 거금을 내놓았다. 특히 기업가를 중심으로 한 개인들의 기부금은 무려 7,150만달러에 달했다. 마이너는 "그동안 기업들과 쌓아온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산업기술체험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쯤에는 목표액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창조적 리더십을 갖춘 차세대 공학도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기존 전시물의 교체와 체험형 전시물의 보강, 그리고 관람객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및 워크숍을 강화해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오는 2011년까지 전체 전시장의 90% 이상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모제나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관장은 "기업과 기업인들의 후원은 산업기술체험관의 궁극적 수혜자인 그들이 그 같은 혜택을 공공과 나눌 수 있는 사회문화적 접점"이라며 "이는 부족한 정부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여러 산업기술체험관들에 하나의 모범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금으로 전시물도 직접 제작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과 함께 산업기술체험관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익스플로러토리엄이다.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의 제조에도 참여했던 세계적 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설립한 것으로 산업기술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다. 익스플로러토리엄 역시 미국 내 여타 산업기술체험관과 마찬가지로 메세나로 대변되는 기업 친화적 경영구조를 갖추고 있다. 약 330만달러에 이르는 한해 예산 중 기업과 기업가의 후원금 비중이 40%나 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ㆍ소니ㆍ포드ㆍHPㆍ씨티은행ㆍ도이치뱅크ㆍ인텔ㆍ구글ㆍ바이엘ㆍ시스코ㆍ어도비시스템 등 굴지의 기업들이 기부금 또는 전시 후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중 소니는 최근 진행한 중국 순회전시에 재정적으로 커다란 기여를 하기도 했다. 데니스 바텔 익스플로러토리엄 관장은 "전시 규모 면에서는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라 빌레트 과학산업관 등에 뒤지지만 700여종의 작동형 전시물들을 필두로 전체 전시물의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며 "산업기술체험관으로서의 효용성에 주목한 기업들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익스플로러토리엄의 최대 강점은 예산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각종 체험형 전시물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기술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관람객들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춤화된 전시물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는 전시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익스플로러토리엄은 자체적으로 전시물 제작능력을 갖춘 수십명의 전문 엔지니어와 공학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시관 2층에 별도의 개방형 공작실을 마련, 전시물의 모든 제작과정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해 또 다른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텔 관장은 "축구를 해보지 않으면 축구에 흥미를 느낄 수 없듯이 산업기술 인재양성도 산업기술에 대한 체험에서 시작된다"며 "재미있는 산업기술체험관은 제2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헨리 포드를 탄생시키는 인큐베이터와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익스플로러토리엄의 전시관은 100여년 이상 사용해 낡고 노후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11년까지 총 3,000만달러의 기금을 확보, 연면적 3만㎡ 규모의 최신식 전시관으로 확대 개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익스플로러토리엄은 입장 수입과 상점판매 수익의 일부를 적립하고 있으며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물론 기금의 대부분은 기업과 기업가의 기부금으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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