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기술과 國運

최근 외신은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10위로 평가됐다"는 반가운 뉴스를 전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간한 '세계경쟁력 연감 2002'가 지난해 21위였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올해는 10단계나 뛰어오른 세계 10위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의 IMD평가는 지난 97년 22위에서 98년에는 28위로 하락했고, 2000년에 다시 22위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20위권에 맴돌았다. IMD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가 세계 8위, 연구인력은 세계 9위에 랭크되어 과학 기술력이 안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구생산성의 지속적인 증가로 연구원 1,000명당 특허등록건수가 세계 1위가 되었고 해외에서 취득하는 특허건수가 세계 10위로 높아졌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해 과학기술인이라면 정부에게 경하하고 자축의 한마당이라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과학기술인들의 가슴은 냉담하기만 하다. IMF의 어려운 시절에도 국민의 정부가 과학기술을 진흥시키겠다는 의지의 끈을 놓지않고 과학기술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배려해 주었다는 사실에는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기술의 현실은 IMF 때 과학기술인들이 제일 먼저 직장을 잃어야 했고 사회의 공공부문에서 과학기술인들을 홀대하는 사회분위기 탓으로 이른바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가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과총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계가 지난달 과학의 날을 맞아서 우리 과학기술의 위기를 선언하고 과학기술인들의 다짐과 대책을 촉구하는 '100만 과학기술인 인터넷 서명운동'(www.kofst.or.kr)까지 전개했겠는가. 과학기술인들도 현실 타개성 운동에너지를 가진 지식인으로 탈바꿈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공론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제 21세기의 2년여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우리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삶의 모든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주머니 속의 모빌폰이 이웃간의 거리감을 잊게 하였고 인터넷은 지구촌의 시간적ㆍ공간적 개념을 빠르고 좁게 만들었으며 IT, BT, NT에서 퓨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 2위의 국민총생산(GNP)을 자랑하는 바다건너 일본이 지향하고 있는 미래 국가모델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재도전의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라고 한다.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자원의 재분배로 시장의 경쟁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미래국가의 모델이다. 또 다른 이웃인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10년에 두배씩 성장하겠다는 이른바 '양번(兩飜)전략'을 세워놓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 역시 과학기술관련 연구개발(R&D)투자를 미ㆍ일 수준에 올려놓고 개방 후 2000년까지 연평균 9.5% 성장을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3호를 쏘아 올려 과학기술력을 과시했다. 지정학적으로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우리의 과학기술 시계는 지금 몇 시를 가르키고 있을까. 지금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자랑하는 IT는 21세기 마지막 날까지 세계의 선두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인류복지문제를 해결할 BT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미래산업의 총아로 일컫는 NT는 세계 선두자리를 기필코 차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에너지ㆍ우주항공ㆍ환경분야의 첨단기술개발에도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국민, 우리사회, 특히 삶의 질을 볼모로 하고 있는 정치권이나 사회지도층의 과학화는 차치하고라도 이를 수용할 자세조차 미흡하다는 것이 과학기술인들의 평가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은 그 나라 통치권자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근대사가 입증하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Moon on the Man'이 그랬고 드골 대통령의 'BIG3 과학기술정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대통령 후보들의 논쟁에서 '과학기술'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온통 보수ㆍ진보라는 정치이념과 세력문제로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은 평안하고 질 높은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특히 정치권은 한번쯤 '국운과 과학기술'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김시중<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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