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줄기세포 기술, 진실 규명만이 신뢰회복의 길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로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은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동안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큰 희망을 걸고 전례가 없을 정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나 국민, 난치병 치료의 꿈을 키웠던 환자들까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이번 스캔들로 한국과학계의 국제적 신뢰추락은 물론 국가브랜드까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황 교수는 한동안 ‘영웅’ 대접을 받았다. IMF 위기 때 박세리 선수의 미국 LPGA에서의 활약으로 큰 위안을 삼았던 것처럼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은 경제침체의 어려움을 잊었다. 줄기세포 배양 성공률을 1년 전의 0.5%에서 5.9%로 높인 연구실적은 세계를 몇 년 앞서가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토록 정부와 국민을 흥분시켰던 ‘영웅’의 날개 없는 추락은 바로 우리 시대의 아픔이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기술도 있고 실제로 만들었으며 관리소홀로 오염됐다고 항변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측면도 있지만 사진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DNA지문 조작 의혹만으로도 한국 생명공학계는 큰 상처를 입었다. 과학의 조작 등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란 진리를 간과한 것이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온 것이다.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과 국민의 큰 기대 앞에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성과주의에 매달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생명윤리 기준마련 등 새로운 생명공학 연구토대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정부는 먼저 황 교수 연구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서부터 신뢰회복의 첫 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황 교수팀의 논문에 대한 의혹이 국내에서 처음 제기되고 검증하기로 한 것은 국내 생명공학연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이를 꾸준하게 지원해 연구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만이 이번 논문조작 파문이 몰고 온 패닉상태를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