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방송통신 구조개편 다시 논의해야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돼온 방송통신 구조 개편 논의 결과가 더욱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규제ㆍ정책ㆍ진흥을 한 기관으로 완전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통합위원회(안)에 대한 과도한 권력의 집중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방송통신 분야가 결국 한 국가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한 기관이 규제에서 진흥에 이르는 모든 기능을 총괄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어떤 견제장치도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은 바람직한 구조라 할 수 없다. 권한 집중돼 공정·독립성 침해 무엇보다도 이런 강력한 권한의 단일 기구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며 그 위원장과 위원들에 대한 임명권까지도 대통령이 모두 행사하는 것으로 정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경우 명확한 책임, 권한과 지위로 인해 규제의 실효성과 업무의 효율성이 담보될 수는 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절대적 가치인 공정성과 추진위원회가 스스로 밝힌 기구 개편의 목표인 방송의 독립성 보장이 심각하게 도전받을 수 있음을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에 대한 정치 도구화의 문제, 비전문성의 폐해,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의 결여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격차임명제’를 고려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적 상황에서 그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에는 정치 현실과의 거리감이 커 보인다. 큰 틀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채택하고 있는 국회에 의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 도입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진흥과 관련된 업무를 합의제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급변하는 매체 환경과 국제적 경쟁 체제에 대한 효과적 대응은 신속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진흥 부문은 독임제 정부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정부 구조가 궁극적으로는 국가 비전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이번 구조 개편의 또 다른 축은 정보기술(IT)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과 비중에 대한 국가적 판단이 될 것이다. IT 서비스 분야와 콘텐츠 분야가 정보 섹터로 통합되는 전세계적인 추세가 구조 개편의 근간이 돼야 함을 물론,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분야를 어떻게 확장ㆍ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안들이 이런 대세에 역행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당면한 이해관계의 조정 속에서 정작 중요한 큰 흐름은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구조 개편 논의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융합미디어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구조개편후도입” 주장이 산업 전반에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이 결코 작지 않음과 이로 인한 정책입안자들의 부담이 상당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에서 미들웨어 솔루션, 그리고 셋톱박스에 이르는 융합미디어의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가 법적 대응의 미비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현실을 통감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융합미디어 도입은 별개 추진을 현실적으로 구조 개편은 절대적인 시간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중기적 과제인 만큼 현재 표류 중에 있는 융합미디어 논의를 분리해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융합미디어를 위한 한시적 단독 입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중기적으로는 추후 방송통신통합법이 마련되는 시점에 이 한시법을 통합법에 포함시키는 단계적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설익은 미봉책으로 국가의 중대사를 흔들 때는 아니라고 본다. 방송통신 구조 개편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이며 전문적인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는 또 다른 출발점이 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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