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정기국회를 앞두고 연이어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8일 '200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양도소득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제시했다. 다시 6일에는 재경부가 근로소득세 특별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세법개정안 보완책을 마련했다. 심지어 정부는 시행 25년만에 처음으로 부가가치세의 전면개편까지 거론하는 등 각종 세제개편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각종 세제개편안 가운데 가장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택세제의 경우 ▦1세대 1주택자도 의무거주 기간인 1년을 채워야 양도소득세를 면할 수 있고 ▦1세대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부과하며 ▦아파트 전용면적 45평 이상인 1세대 1주택자에게도 6억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등 투기근절 방안을 강화했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도리어 아파트 청약제도의 변경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최근 5년간 청약당첨자나 ▦세대주가 아닌 신규청약예금 가입자에게 아파트청약 1순위를 배제할 뿐더러, 심지어 ▦주택담보비율을 60%로 축소하고 기존 대출자에게도 만기때 환납을 강제하는 등 금융불이익까지 주는 것은 적지않은 반발을 사고 있다. 아파트를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믿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어렵사리 마련한 자금으로 아파트 평수를 늘리려는 희망을 일시에 무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3월 시작한 개인 청약예금 가입자의 경우 이제 겨우 청약 1순위에 이르렀는데 다시 기다리라는 주문은 섣불리 부동산 문제를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활용한데서 빚어진 촌극에 지나지 않는다. 또 보유과세를 2~3배 높이려는 발상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5억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가 중형자동차의 보유세보다 낮은 만큼 재산세의 상향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버블을 잡으려는 본래의 목적에 비춰볼 때 연 20만원 하는 재산세를 두 배로 높인다고 주택수요가 줄어들리 만무하다. 도리어 청약제도의 변경에 따른 아파트 공급위축으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만 어려워지고 재산세 상승이 기존 주택의 전세값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공급 측면에서 수도권 신도시개발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재 강남의 엄청난 집값을 단지 특수목적고 등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시말해 강남의 집값 상승은 식지않는 교육열을 학원과 과외를 통해 발산할 수 밖에 없는 부유층 학부형들이 하향평준화를 치달아 온 학교교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근로소득세 면세점은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상속ㆍ증여세를 강화하되 조세감면 범위를 줄여 세원을 넓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서민들의 유일한 몫돈 마련 창구인 근로자우대저축을 올해말로 폐지하는 것은 적지않은 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다. 또 정부는 지로로 낸 학원비 납입분에 대해 신용카드 공제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아직도 현금만을 고집하는 학원이 많은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물론 엄청난 수해로 추경편성이 불가피한 정부로서는 내년도 세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지난해 소득ㆍ법인세율을 인하한 만큼 이젠 공평과세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편안 가운데 재산세 중과를 제외하고는 세율체계에 손댄 부분이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허겁지겁 땜질처방에 급급한 결과이며 유권자를 의식해 조세감면 등에만 매달리는 국회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1,000년전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호자가 13살짜리 아들과 함께 당나귀를 타고 장에 가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스레딘과 그 아들은 둘 다 당나귀를 타고 장에 가야 할까 아니면 당나귀를 등에 메고 장에 가야 할까. 그도 아니면 둘 다 걸어가야 할까. 이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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