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新남성피임법 잇단 개발…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끝"

정관 내부에 실리콘 튜브 넣고 무선신호로 통로 열고 막아<br>기존 콘돔·정관수술법 불편함·부작용 없애고 효과는 극대화<br>특수 젤 투입·초음파로 정자 생산 방해등 非수술요법도

최근 리모컨으로 정관의 통로를 여닫는 등 피임성공률은 높이고 불편함과 부작용은 거의 없는 신개념 남성피임법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RCI)법.


그동안 피임기술의 적용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피임에 대한 부담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부삽입 튜브(IVD)법.

정자의 가역적 억제(RISUG)법.

초음파 요법.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중 55%는 피임의 부담을 자신이 떠안을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남성피임법의 종류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 실제 실패율이 25%에 이르는 콘돔과 정상복원이 어려운 정관절제술을 빼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최근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리모컨으로 정관의 통로를 여닫는 등 피임 성공률은 높이고 불편함과 부작용은 거의 없는 신개념 남성피임법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남성피임법,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 남성과 여성, 그리고 피임 당초 인간이나 동물의 남녀상열지사는 종족번식이라는 숭고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단세포 생물에서 출발해 지구의 주인으로 성장한 인간들의 창의적(?) 사고에 힘입어 섹스는 적어도 인간에게 숭고함보다는 쾌락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남녀 간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인류가 섹스의 위상 강화에 매진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짊어진 짐이 하나 있다. 이른바 피임이 바로 그것이다. 피임 없는 쾌락은 곧 책임감ㆍ의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피임기술은 질외사정을 시작으로 염소의 방광 등 동물의 내장을 이용한 콘돔, 고무 콘돔, 배란주기법, 월경주기법, 기초체온법, 정관ㆍ난관 수술, 루프, 경구피임약, 사후피임약, 호르몬 제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돼왔다. 하지만 이 같은 피임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피임에 대한 부담을 비정상적일 만큼 많이 지고 있는 것. 성(性) 학자들은 이 원인을 남성피임법의 부재에서 찾는다. 남성피임법이 많지 않아 여성의 부담을 줄여줄 방법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 기존 남성피임법의 한계 현재 남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피임법은 질외사정과 콘돔ㆍ정관수술 정도다. 이중 질외사정은 피임 실패율이 최대 25%에 이르기 때문에 효용성이 없다. 콘돔 또한 사용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면 25%, 제대로 착용해도 9%의 실패율을 보인다. 여기에 불편함과 이물감까지 감내해야 한다. 영구피임법인 정관수술의 경우 효과는 탁월하지만 자녀의 사망, 이혼과 재혼 등의 이유로 피임을 포기해도 복원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성충동의 원인인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분비를 차단하는 남성용 먹는 피임약도 개발됐지만 이 역시 정상적으로 복원하려면 매달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남성용 먹는 피임약은 특히 성폭력범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화학적 거세법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큰데다 장기간의 테스토스테론 부족이 남성에게 미칠 부작용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자칫 심장, 체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에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을 안고 있는 것. 이에 과학자들은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 기존 남성피임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피임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남성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피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인데 피임과 가임의 전환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 정자의 이동경로 차단 상용화가 임박한 차세대 남성피임법 중 효율과 편의성 측면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내부삽입 튜브(IVD)법’과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RCI)법’이다. 두 가지 피임법은 정자의 이동경로인 정관에서 정자의 진행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미국 셰퍼드 메디컬사가 개발하고 있는 내부삽입 튜브법은 정관에 2.5㎝ 길이의 튜브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이 튜브로 정관의 통로를 막아 정자가 체외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병의 주둥이에 마개를 꽂아 안의 내용물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과 유사해 ‘마개요법(plug method)’이라고도 불린다. 이 회사의 실험 결과 내부삽입 튜브법의 효과는 정관절제술 수준으로 나타났다. 튜브를 삽입한 남성 60명 중 92%에게서 6개월 이후에도 정자가 전혀 관찰되지 않은 것. 튜브의 소재는 인공관절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이며 배출되지 않은 정자들은 체내로 재흡수되기 때문에 인체에는 해가 없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튜브를 제거하는 즉시 과거의 가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 필요에 따라 정관 개폐 호주 애들레이드대학의 데릭 애버트 박사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법 역시 정관 내에 실리콘 튜브를 삽입한다는 점에서는 내부삽입 튜브법과 동일하다. 하지만 내부삽입 튜브법이 수동적이라면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법은 피(被)시술자의 의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 피임법이다. 실제로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법에서 사용하는 튜브는 내부삽입 튜브법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단순한 튜브가 아니라 내부에 전자회로가 있다. 이 회로는 자동차 키홀더만한 리모컨에서 무선신호를 수신해 음파로 변환하는데 이 음파를 통해 튜브를 수시로 팽창 또는 축소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버튼 하나로 정관의 통로를 열거나 막아 정자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것. 특히 남성은 튜브를 제거하지 않고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언제든 피임과 가임을 옮겨 다닐 수 있다. 물론 사용자가 원할 때는 내부삽입 튜브법과 마찬가지로 단 몇 시간 내에 튜브를 영구 제거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라디오 전파 등 여타 무선신호로 오작동할 우려는 없을까. 안심해도 된다. 연구팀은 암호화된 초고주파 신호를 사용해 오작동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 그래도 수술은 싫다면? 내부삽입 튜브법과 리모트컨트롤 임플란트법이 제아무리 효율적이고 뛰어나더라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꺼림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위한 비(非)수술 요법들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도공과대학(IIT) 수조이 구하 박사팀이 개발한 ‘정자의 가역적 억제(RISUG)법’이다. 이 방식은 주사기로 정관 내벽에 특수 제조된 젤 형태의 폴리머를 주입, 이곳을 지나는 정자를 죽이는 화학적 피임법이다. 젤이 정자 세포막의 pH 농도를 변화시켜 분해하는 것. 시술시간이 15분에 불과하지만 효력은 놀랍게도 10~15년이나 지속된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또한 투입하는 젤의 양으로 피임기간을 조절할 수 있으며 베이킹소다를 이용해 젤을 정관 밖으로 배출시키면 가임능력도 회복된다. 아직 별도의 인증은 받지 못했지만 이미 17년 전부터 인도에서 임상실험이 이뤄진 상태여서 어느 정도 안전성을 인정 받고 있다. 구하 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부작용은 시술 초기 몇 주간 몸이 붓는 정도다. 인도 정부는 올해 이 요법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500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임상실험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미국 미주리대학의 무스타파 파힘 박사가 창안한 ‘초음파 요법’에도 생식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남성의 고환에 초음파를 발사, 열을 발생시킴으로써 정자 생산을 방해하는 기술이다. 이 피임법은 주사도 필요없으며 단 10분의 시술로 6개월간 피임효과를 낸다. 다만 이 방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강아지용 피임술로 승인했을 뿐이어서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의 검증을 위한 쥐 실험이 지난 4월 시작됐는데 내년 1월까지 피임효과, 가임능력 회복, 안전성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