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용경색이 상품가격 끌어내려"

돈가뭄 은행들 투자금 회수로 자금흐름 변화<br>최근 유가급락에도 영향… "하락지속" 전망도




미국의 신용 경색이 원유를 비롯, 국제상품시장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모기지 부실은 달러 약세를 유도해 상품시장으로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순환고리를 형성했지만, 모기지 부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은행들이 상품시장에 투자한 자금마저 끌어가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가 급락세도 이 같은 자금흐름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신용경색에 따른 미국 금융권의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는한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상품시장의 거래 건수가 지난 3월 이후 5.5% 떨어져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상품시장의 계약건수는 1년 반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미 상품시장의 거래 증가율은 2006년 50%에서 올 현재 15%로 줄었다. 특히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지난 한주간 거래규모는 정점을 찍은 1년전과 비교해 21.5% 떨어졌는데, 이는 국제유가가 주간 10달러 넘게 급락한 시기와 맞물린다. 유가가 이 같이 큰폭의 장중 변동성을 보인 것은 지난 1983년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모기지 부실 이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품투자 포지션의 대거 청산에 나서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달러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원유ㆍ금ㆍ곡물 등 상품시장을 투자 도피처로 삼아 이동해 상품 가격을 올들어 두배 가까이 올려 놓았다. 하지만 모기지 부실 사태가 미국 주택시장은 물론 국책기관, 금융권을 뿌리깊게 파고들면서 수천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은행들은 그간 상품시장에 투자한 몫까지 회수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신용경색이 유가하락을 부추기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운 셈이다. 자금시장의 흐름이 상품시장 하락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면서 상품시장마저 바닥날 경우 자산 버블을 피할수 없다는 최악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는 초 고유가를 조장하는 투기세력을 차단하려고 원유 및 곡물 상품시장에 대한 규제법안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하락세는 더욱 불이 붙을것이라는 예상이다. 원유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매도세력이 하락장에 투자하는 숏포지션에 몰려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한주 동안 NYMEX에서 3,640건의 순 숏포지션이 발생했다. 이는 요 며칠간 유가가 급반등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한다. 미국의 석유 수요가 5월 한달간 4% 넘게 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런던의 한 상품 트레이더는 “유가가 하루 2~3달러 내리면 2,000만~3,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데 10달러가 떨어졌다는 건 손실액이 1억달러를 웃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존 리드 UBS 상품전략팀 대표는 “상품거래가 계속 줄어들면 유동성 경색은 심화돼 거래비용 상승과 시장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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