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9일] 철도전쟁


서로를 향해 달리던 열차 두 대가 끝내 충돌했다. 충돌 직후 총격전까지 벌어져 10명이 죽고 수백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건 일시와 장소는 1869년 8월9일 미국 뉴욕주 남부의 도시 빙햄턴 근교. 어떻게 이런 무모한 일이 일어났을까. 경영권 다툼 때문이다. 운행노선이 230㎞에 불과하고 수익도 못 올렸으나 선로 주변에서 발견된 양질의 석탄광 때문에 미래의 황금노선으로 떠오른 소형 철도회사 A&S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열차충돌까지 불렀다. 공격자는 투기꾼 제이 굴드와 그 하수인 피스크. 주식 매집으로 지분을 확보, 이사 자리를 꿰찬 굴드 측은 판사를 매수해 경영진 직무정지 명령까지 받아냈다. 방어 측도 맞소송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기대와 달리 경영권 장악이 어려워지자 피스크는 깡패 800명을 모아 열차에 태우고 본사로 쳐들어갔다. 램지도 폭력배 450명을 열차에 태워 피스크 진영으로 내보냈다. 싸움 결과는 회사 측의 압승. 각목부대인 피스크 측은 권총과 장총을 쏘아대는 램지 측을 당해내지 못했다. 뉴욕 주지사의 군대투입 명령이 떨어지고야 전투를 멈춘 양측은 9월 초 이사회에서 다시 맞붙었다. 램지는 이사회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모건은행이 적극 나서 뉴욕주 법원을 통째로 매수하는 바람에 굴드와 피스크 측 임원은 모조리 쫓겨났다. 승리의 주역인 모건은행은 합병을 통해 A&S를 대형화하고 사주인 피어폰트 모건을 이사로 앉혔다. 은행이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대출하는 대가로 이사직을 배정 받는 관계금융(relationship financing)의 원조격이다.. 미국의 철도전쟁은 지금도 여전하다. 기업인수전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각목과 총탄 속에서 다져진 미국자본은 기업사냥 노하우로 오늘도 세계의 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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