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고 불편은 발명의 아버지’이다.
사람은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만든다. 그리고 사용하다가 불편하면 다시 고쳐 사용한다. 대중화된 복사기도 필요에 의해 태어났다. 복사기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체스터 칼슨이다.
1930년대 미국 뉴욕의 전자회사에서 특허권 대리인으로 일하던 칼슨은 날마다 쌓이는 서류뭉치를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원본을 놓고 단추만 누르면 똑같은 서류가 척척 나오는 마술 같은 기계가 필요했던 것.
1938년 10월22일 뉴욕 퀸스 거리 아스토리아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드디어 복사기가 탄생했다. 칼슨은 잉크로 ‘10-22-38 아스토리아’라고 써서 유리 슬라이드에 인쇄했다. 그리고 유황 칠이 된 금속판을 닦고 충전한 뒤 유리 슬라이드를 다시 그 판 위에 포개 강렬한 빛에 노출시켰다.
몇 초 후 슬라이드를 치우고 검은 파우더를 금속판 표면에 뿌리자 좀 전에 쓴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왁스 칠을 한 종이를 금속판에 눌렀다가 살며시 떼어내고 그 종이에 열을 가하자 왁스가 녹아내리면서 ‘10-22-38 아스토리아’가 그대로 복사됐다. 세계 최초로 전기를 이용한 건조식 복사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칼슨은 어렵게 발명한 복사기를 상품화하기 위해 무려 20여개 회사를 전전하면서 설명회를 가져야 했다. 1947년에야 제록스의 전신인 할로이드가 칼슨의 발명 특허권을 샀고 2년 후 첫 복사기가 생산됐다.
1959년 훨씬 더 실용적인 복사기 '제록스 914'가 선보임으로써 복사기가 대중화됐다. 국내에 복사기가 처음 소개된 때는 1960년으로 신도교역(현 신도리코)이 일본 리코에서 들여와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설치했다. 이 복사기는 당시 승용차 한 대 값이었다.
/박민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