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시민들 "자성" 주문 쏟아져

"숭례문 복원 시간걸리더라도 고증 철저히"

숭례문 소실로 인해 온 국민이 허탈감에 빠져 있는 가운데 강추위가 몰아친 12일 폐허가 된 숭례문 부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이 유난히 더 추워보인다. /박서강기자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불과 다섯 시간 만에 600여년을 견뎌온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데 대해 국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성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정훈(36)씨는 “600년 역사와 전통이 담긴 숭례문이 이미 불타 없어져 복원한다고 해도 그 혼은 되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루 빨리 겉모습이라도 복원해 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굿모닝 신한증권에서 근무하는 이모(46)씨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완성도 높은 복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고 고려대학교 의료원에 근무하는 김동욱(30)씨는 “600년 전통의 유산을 태운 우리가 용서받을 방법은 없겠지만 복원을 통해 역사의 중요성과 유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기 관리 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회사원 이영태(33)씨는 “국민적 자부심인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재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과 보존대책을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21세기 선진국을 부르짖으면서 언제까지 후진국형 사고를 되풀이하고 사후약방문식 처리를 할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국민성금을 모아 복원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제안에 국민들은 일부 찬성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임성근(35)씨는 “여러 개 나무조각이 있으니 시민들 이름이나 가족 단위로 하나씩 기증하는 형식으로 모금을 하면 어떨까 한다”며 “먼저 관계자 문책이 필요하고 복원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는 성급하게 국민성금 운운할 게 아니라 분명한 책임자 처벌과 통렬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번 사고는 정부가 존재 의무를 게을리해 생긴 일이므로 국가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책임 규명 전에 국민성금 같은 감성적 방법을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김모(32ㆍ서울 성북구)씨 역시 “새 정부의 감세정책과 맞물려 세금을 줄이려는 즉흥적 생각인 것 같다”며 “정부가 1회성 모금운동을 벌이기보다는 체계적인 문화재 관리체계 구축 및 예방책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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