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겪은 아시아국가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위기재발 방지와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는「제34차 동남아중앙은행기구(SEACEN) 총재회의」가 한국은행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막됐다.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아시아 경제의 회복 움직임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금융위기 국가들은 위기국면의 전환점에 다가서 있거나 이미 이를 통과했다』면서 『한국과 필리핀은 위기에서 확연히 벗어났고 타이와 말레이시아도 경기회복의 징후가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캉드쉬 총재는 특히 『올들어 역내국가의 주가가 급속히 회복된 것은 이같은 대내외신인도의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이같은 경기회복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기에 앞서 경제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많은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가 앞으로 「고품격의 범세계적 성장(HIGH QUALITY GLOBAL GROWTH)」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안했다. 고품격 성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환경, 즉 건전한 경제주체와 금융기관, 그리고 투철한 사회정의 감각에 기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캉드쉬 총재는 이를 위해서는 거시경제를 능숙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국제금융 및 통화시스템이 신속히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종필(金鍾泌) 총리는 개회사를 통해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국가의 경제구조 취약성을 해소하는 노력 못지않게 긴밀한 국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며 『이웃국가들간에, 어느 한 나라에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또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전염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환영사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며 따라서 역내 중앙은행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히 요청된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극복해야 할 과제에 대한 폭넓은 토의를 통해 아시아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훌륭한 방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스리랑카·타이·인도네시아·네팔·미얀마·타이완 등 10개 회원국과 캄보디아·피지·몽골·파푸아뉴기니·통가 등 5개 옵서버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각국 중앙은행간 협력방안과 회원국 금융경제동향 등을 논의하고 21일 오후5시30분 공동성명서를 채택한 뒤 공식 폐막된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