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후 주가 어떻게 될까

경기회복·실적호전 예상… 내년초엔 재상승 가능성'선거전에 악재 없다.' 월가에서 통용되는 투자격언이다. 선거가 어차피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이기는 정치 행사고 투자자들도 유권자인 만큼 선거이전에 각종 장밋빛 공약을 내놓아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얘기이다. 과연 우리나라도 그럴까. 지난 87년 대통령 선거이후 세 번의 대선을 예로 들어 보자. 먼저 87년 12월. 대선 이전에는 두 달 동안 주가가 450~5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다. 워낙 정치적 갈등이 심해 후유증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선거 다음날 4% 상승한데 이어 88년 5월까지 45.8%에 달하는 장기 상승이 계속됐다. 87년 대선이후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경제 상황인데 87년이 3저 호황의 최절정기였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정치 안정에 대한 안도였는데 당시만 해도 여당후보 당선으로 정치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는 92년 12월. 여당후보가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당일 주가가 1.2% 하락했다. 이미 선거와 그에 따른 결과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인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선거 이후 넉 달이 지난 93년 4월부터였다. 92년 대선 때 주가의 특징은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인 92년 8월에 시장이 바닥을 만들고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하다가 막상 선거전이 무르익으면서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93년 1월 바닥을 친 경기 회복을 주가가 6개월이나 앞당겨 반영했기 때문인데 이런 점에서 보면 93년 이후 2년 여의 주가 상승은 정치보다 경기 회복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97년 12월. 대선 이전에는 외환 위기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선거가 끝난 며칠 후부터 급등했다. 주가상승 요인은 12월말 뉴욕 외채협상에서 한국대표단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고 93년 1월 이후 세달 동안 외국인이 2조 8,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앞의 세 경우를 보면 90년 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정치적인 부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어 투자자들이 어지간한 쇼크에 단련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정치적 요인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판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경험적인 측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고어-부시 대결과 같이 당선되는 사람에 따른 수혜 업종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87년 대선에서 잠깐 나타났는데 당시 집권 여당이 북방정책을 내세워 무역ㆍ건설주 등이 장기 상승했던 것을 제외하면 이후에는 당선자에 따른 업종별 수혜주를 찾기 힘들다. 대선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주가가 어떻게 될까. 우연인지 87년 이후 세 번 모두 새로운 대통령이 뽑힌 이후 2년 정도 주가가 상승했다. 87년은 89년 4월까지 주가가 상승했고, 92년 대선이후는 94년 11월까지 장기 상승이 이어졌다. 97년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8개월간 주가가 바닥을 다진 후 10개월에 걸쳐 250%이상 올라 갔다. 이런 현상을 놓고 혹자는 대통령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주가가 좋지만 레임덕에 빠지면 정책적 혼선이 빚어져 주가가 떨어진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는 논리적인 비약이다. 그보다는 대통령 선거 이후 경제 상황이 우연히 맞물렸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것인데 87년은 3저 호황이, 92년은 세계 경기 회복과 중국특수가 주가 상승의 요인이었다. 결국 대선이후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이라는 근본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 이후 주가는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지난 두 달간 상승을 마무리 짓고 조정에 들어가겠지만, 내년 초부터 주가가 재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과거 3번의 대선이후 주가 상승을 가져왔던 요인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전망을 보면 해외 경제 전문 기관들은 선진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4%대로 둔화되겠지만 하반기부터 그 수치가 6% 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경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경우 주가는 이보다 앞선 연초부터 상승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주요 170개 기업의 이익을 보면 지난해에 처음 10조원을 넘은 데 이어 올해 30조원을 돌파했고, 내년에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당 순이익은 3,000원대 후반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부분도 긍정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가 경기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과거 선거 때처럼 대선이후 유동성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정치적인 사건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약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대선이후 특히 내년을 바라보는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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