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韓服은 화려하고, 단아하며, 해학적이고, 관능적이다

25일까지 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한류 한복을 입다' 展<br>'무비& 드라마 존' '디자이너 존' 분류<br> 대장금·왕의 남자 등 스타들 의상 뽐내<br>바느질 최고장인 '침선장' 솜씨도 감상





봄바람에 한복 저고리가 아른아른 물결 짓는 모습은 매혹적이다. 몇 겹의 치마가 다소곳이 몸을 감싸고 치마 끝 단에 하얀 버선발이 내비치면 ‘미(美)’가 완성되는 한복에는 한국인의 예의 바름과 우아함, 정과 한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시인 조지훈은 한복을 노래했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 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정통 한복의 멋과 깊이, 최근 한류에 편승한 드라마나 영화 속 퓨전 한복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하고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한류 한복을 입다’ 전시회가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복 ‘무비&드라마 존’ “평생 이렇게 고운 한복을 못 입어본다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한류 한복을 입다’ 1전시관. 스타존과 무비&드라마존으로 구성된 이 곳에서 배우 이영애의 고운 한복을 바라보던 수녀 백젬마(62)씨가 웃으며 말했다. 1전시관의 첫번째 코너인 스타존에는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이영애씨가 국제 영화제에서 입은 한복들이 전시돼있다. 명품 한복 디자이너 한은희, 이영희씨가 만든 작품들이다. 스타존 안에는 사진작가 조세현씨가 출품한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하얀 눈길 위에서 눈보다 눈부신 한복을 입은 여인, 연지를 찍고 가마에 오른 새색시의 긴장된 표정,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여인의 펄럭이는 치마가 인상적이다. 작은 아치형 문을 통과하면 흡사 영화 세트처럼 보이는 무비&드라마 존이 보인다. 지난해 한류열풍을 주도한 드라마 대장금의 수라간과 11벌의 대장금 의상들이 전시돼 있다. 이 곳에서 장금은 최근 태국 한 방송사에서 최고 명품 중 하나로 선정한 파란색 치마와 옥색 저고리를 입고 있다.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왕의남자’ 세트를 구경하고 있는 벨기에인 랑비농기(44)씨는 연산의 곤룡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멋집니다. 그냥 우아한 검정색 의상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연산의 앞에 전시된 ‘왕의남자’ 광대들의 익살스런 의상을 보며 “이 사람들은 도데체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이냐”고 묻기도 했다. ▦정통의 도도한 흐름 ‘디자이너 존’ “두루마기는 두루두루 막혀 있어 두루마기라고 부릅니다. 동래부사 송상헌이 왜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할 때 이런 모양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고 하네요” 안내원이 의상 설명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 곳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89호 침선장 조교 구혜자, 김영석(43)씨의 작품들이 전시된 ‘디자이너 존’이다. 침선장이란 바느질에 관한 한 한국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은 직함이다. 구혜자씨의 작품들은 조선시대 관리 및 유학자들의 의상, 각종 의식에서 입던 남성 의상들이 주를 이룬다. 조선시대 활동복인 ‘철릭’은 웃옷과 치마를 따로 재단하여 합친 옷으로 실용성이 좋아 왕부터 서민까지 모두 입었다. 조선 초기부터 말기까지 ‘철릭’의 변화상을 구씨의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주홍색 포에 붉은색 좁은 소매와 곧은 깃이 특징인 군복 ‘동달이’, 급할 때 손쉽게 입기 위해 제작된 큰 방울이 달린 ‘전령복’도 그 시대의 생활상과 연관 지어 감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 나고야에서 찾아온 미호 스기우라(49)씨는 “일본의 기모노가 귀엽고 화려함을 강조하는 데 반해, 한복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모양이 입체적인 것 같다”말했다. 오는 25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는 주말에 전통 분장 체험과 한류 영화 배우들의 사인회도 준비돼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