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煥시장 개입 초읽기구두개입 이어 韓銀 달러매입도 검토
원화 값의 절상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정부 당국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들어 거의 하루건너 한번씩 환율 급락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시장에 강하게 전달하며 급락세를 막기에 안간힘이다.
재경부의 경우 27일 원ㆍ달러 환율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240원대를 하향 돌파하자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권태신 국제금융국장이 잇따라 구두개입에 나섰다.
전 부총리는 "최근의 원화가치 급상승 속도에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나온 구두개입 중 가장 강한 톤이다.
그러나 엔화 등 다른 통화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반면 원화는 줄곧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일본ㆍ중국 정부 등과 통화가치 안정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또 월말로 접어들면서 수출대금 등으로 달러유입이 증가하는 월말효과로 환율 급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한다면 동맹군의 도움 없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장개입 효과에도 한계가 분명한 만큼 섣부른 시장개입은 오히려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부, 방어계획 마련
정부는 직ㆍ간접적인 시장개입 수단을 모두 동원해 수급조절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급락세는 근본적으로 미 달러화의 약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더 방치할 경우 수출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ㆍ달러 환율보다는 원ㆍ엔 환율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워왔다. 원ㆍ엔 환율은 이미 100엔당 992원대로 떨어져 안정권으로 여겼던 10대1 등식을 깬 상태. 최종구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진 만큼 중국ㆍ홍콩ㆍ말레이시아 등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원ㆍ엔 환율만 고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3단계 시장개입 전략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크게 3단계다. 1단계는 환율급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구두개입이다. 이달 들어 정부 당국자들이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는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1단계 조치는 환율 급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임이 드러난 만큼 2단계로의 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2단계로 '제한적 수준의 수급조절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외화부채가 많은 공기업들에 달러부채를 예정보다 앞당겨 갚거나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외국에서 돈을 꿔오는 계획을 늦추라는 요청도 할 계획이다.
또 달러매입에 필요한 실탄(원화)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고 있는 전략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원화를 새로 발행해 달러를 매입하는 '매수개입'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을 막다가 통화증발로 더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위적인 시장개입으로는 한계
한은도 "환율 급락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을 뿐 적극적인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락속도 조절을 위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신 경제현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원화강세 기대를 한풀 꺾으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원화를 1원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적게는 4,000만달러, 많게는 1억달러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경험상 환율이 평균 변동폭(하루 0.4%) 이내에서 움직일 경우 원ㆍ달러 환율을 1원 정도 끌어 올리려면 5,000만달러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처럼 원화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시장개입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과 같이 달러화 매도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는 1억달러를 사들여도 원ㆍ달러 환율을 1원 이상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