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9일] '오심'없는 세상

지난 한달간 전세계 지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도 이제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와 함께 우루과이와의 아쉬운 16강전의 순간이 두고두고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번 월드컵은 오심 월드컵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사실 월드컵에서 오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의 그 유명한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을 비롯해 항상 월드컵은 심판 판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특히 오심이 많이 나왔다. 전통의 축구 라이벌인 독일ㆍ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퍼드의 강력한 중거리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시 튀어나왔다. 명맥한 골이었다. TV 리플레이로 이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축구팬들은 심판의 노골 선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골도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이처럼 오심이 계속되자 전세계 축구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골로 승부가 결정되는 축구 경기의 특성상 한순간의 오심은 지난 4년간 선수들이 흘린 땀과 대표팀을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축구 경기에 야구나 농구처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판정 논란에도 '오심 역시 경기의 일부'이고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는 태도를 취해왔던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번에는 도입을 논의해보겠다'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공 안에 전자칩을 넣어 골라인 통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던 스마트볼 도입이 좌절된 것처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스포츠 단체인 FIFA가 비디오 판독을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것 같지는 않다. '판정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는 FIFA의 주장이 심판에 대한 신뢰와 판정에의 승복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표현일지 몰라도 스포츠의 최고 가치인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장하지 못할 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FIFA는 일명 '매의 눈(hawk eye)'을 도입해 불필요한 판정시비를 없앤 테니스ㆍ야구ㆍ배구 등 다른 스포츠의 비디오 판독 사례를 적극 참고해 오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잘못된 판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전세계인의 즐거운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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