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랍권이 대변신한다] <상> 글로벌경제 주도세력 부상

'1조弗 오일머니' 전세계가 군침<br>아랍자금 9·11후미국·유럽서 대거 이탈 불구<br>재정적자 해소·인재양성등 역내 재투자 주력<br>"서방보다 우호적" 한국기업엔 또 다른 기회


석유ㆍ종교 그리고 민족. 이 세 가지 요소로 아랍권이 강한 연대를 통해 국제경제 무대에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두바이에서 만난 한 아랍 기업인은 “9ㆍ11 이후 무슬림은 서방의 행동에 분노하고 있으며 최근 프랑스에서 무슬림이 적대시되면서 무슬림 사이에 연대의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아랍권 최고의 방송 알자지라는 서방에 대항하는 아랍권의 최대 미디어로 부상했다. 현대자동차 터키 생산법인인 현대앗산의 조준수 과장은 “유럽 등 서구가 출산율 감소로 고민하는 데 비해 무슬림들의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이 반대하는 것도 무슬림에 대한 견제라고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중동 시장은 미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제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올해 초 아랍문화권인 터키에서 3만카피의 주문이 들어오는 등 아랍권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록 SK건설 쿠웨이트 사무소 부장은 “20년 전에는 중동에서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수많은 인력들이 열사의 땅으로 건너왔다”면서 “최근 아랍권 시장이 황금시장으로 재등장하고 있지만 젊은 층에서 아랍 출장과 진출에 대해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태형 수출입은행 두바이 사무소 부부장은 “IT 등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한 아랍권의 관심이 상당하다”면서 “아랍권 진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오르내리며 2차 오일붐을 맞고 있는 아랍 사회는 여러 가지로 1차 오일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랍권은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소비권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1조달러가 넘는 아랍권 자금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매력적인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 서방권의 반이슬람 정서로 인해 아랍권이 그 어느 때보다 단결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천년 이상 유럽 사회와 반감을 거듭하다 최근 들어 정치ㆍ경제적으로 외면받던 아랍권이 오히려 서방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는 역설이 실현된 셈이다. 아니이스 파라즈 노무라은행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석유가격 상승이 아랍경제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9ㆍ11 테러 후 아랍 자금이 미국ㆍ유럽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면서 “대부분 국가들이 유가상승 여유분을 공공부채에 상환하고 아랍권 자금을 아랍권 내부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랍권 자금이 아랍 내부에 머물고 있는 증거는 부동산과 아랍증시. 아랍권 부동산과 주가가 최근 2년 사이 배 이상 증가하는 폭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랍권 대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적자를 메우고 국영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ㆍ카타르 등 다른 국가들 역시 차세대 인재양성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은록 부장은 “이제는 어지간한 인프라 부문은 아랍 현지 건설업체들이 다 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섰다”면서 “프로젝트 역시 서방보다는 한국업체 등이 더 많이 수주해내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바레인ㆍ쿠웨이트ㆍ오만ㆍ카타르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들의 협력은 더욱 눈에 띈다. GCC 국가들은 출입국수속ㆍ경제협력ㆍ비즈니스 각 분야에서 서로 우대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 쿠웨이트 담수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공노식 차장은 “GCC 국가들끼리 서로 협력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이 국가들이 서방에 비해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만큼 좀더 정부와 기업이 노력을 한다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