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첫 도입… 한국 규정상 55억불까지 차입 가능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IMF 구제금융 방식은 스탠드바이 협정하에 이루어지는 긴급차입제도(EFM:Emergency Financing Mechanism)라 할 수 있다. 이는 멕시코사태 이후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국가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구제금융을 실시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95년 새로 도입된 제도다. 회원국이 긴급차입을 요청해올 경우 IMF 담당직원이 현지에 파견돼 실사를 마친 후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동의를 얻어 최소 한달 이내에 일차 자금지원이 이루어진다.
EFM을 통한 지원은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의 환율안정과 국제수지 보전을 위해 취해지는 긴급구제 형식으로 연 4∼5% 수준인 SDR(특별인출권) 금리보다 다소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IMF와 해당 국가가 스탠드바이협정을 맺으면 국가별 쿼터가 배정되고 긴급사태 발생시 예외조항을 인정받아 쿼터의 최고 다섯배 범위 내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쿼터배분액이 11억달러인 만큼 최고 55억달러까지 IMF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IMF가 구제금융 실시를 결정하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모두 자금지원에 동참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 구제금액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태국의 경우도 IMF 지원금은 40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국제금융기구 지원금 1백32억달러가 추가돼 총 1백72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가 수백억달러의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의 지원액수를 모두 합쳐서 계산된 금액이라 할 수 있다.
IMF가 구제금융을 결정했다고 해서 자금이 일시에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스탠드바이 크레딧이라는 표현에서 보여지듯 IMF 자금은 철저히 대기성자금이다.구제금융을 요청한 회원국의 자구노력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자금지원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IMF 통화환율분야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장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MF는 구제금융 실시에 앞서 해당국에 요청하는 표준적인 요구사항을 갖고 있다』며 『요구사항이 얼마나 관철되는 지를 지켜본 후 단계적으로 자금이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국에 기본적으로 요청하는 내용은 크게 네가지로 알려져 있다.
우선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해당국에 무역수지적자 축소와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한편 물가안정차원에서 예산삭감과 세율인상 등 긴축재정을 요청하게 된다. 또 외자유입 촉진을 위해 금융시장개방을 촉구하고 금융시스템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결국 IMF 구제자금을 빌려 쓰기 위해서는 이같은 내정간섭적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연구위원은 『IMF 구제금융제도가 갖고 있는 특성상 우리나라가 자금지원을 요청하더라도 최고 3백억∼4백억달러 이상 지원받기는 어려워 보이며 자금지원이 모두 마무리되기 까지는 최소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위원은 그러나 『현재의 국내 금융여건에 비추어 IMF 구제금융을 놓고 체면을 따질 때는 이미 지난 것 같다』며 『가급적 빨리 IMF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경제회생 차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