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차입난·외국인 이탈/환율상승 등 악순환 우려/경제팀 교체·긴급명령 등/대통령이 앞장서 수습을위기는 바로 기회다.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 불발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가뜩이나 어려운 외화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이 틀림없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책당국과 국민들에게 확실한 위기감을 심어줬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금융개혁법안의 불발에 따라 우리는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개방의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라고 대내외에 공언해 왔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외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고 이에따라 외화자금난은 가중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외신인도 하락→외화차입난 심화, 외국인 이탈→환율상승, 주가하락→대외신인도 추락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개혁법안 무산은 또 정부가 강구중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효력을 상당부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개혁 전망이 불투명하게 된 상태에서 과연 얼마 만큼의 약효를 지니게 될까하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금자보호법 등이 통과돼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은 일부 갖게 됐지만 절름발이에 불과, 실효를 기대키 어렵게 됐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한은, 금융계와 재계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은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두배, 세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데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외국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비록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지만 당면한 경제난을 감안, 경제팀을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긴급명령을 발동, 금융개혁조치를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불안의 핵심은 우리의 환율방어능력이 의심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 또는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서 외화를 들여올 필요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오는 22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키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간다. 이번 회의기간중 관련국들을 설득, 외화자금난을 해소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의 회원이 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저력을 이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원이 된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와 구조조정 역시 경제난 극복의 관건이다. 금융기관 스스로 이를 해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정부와 한은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 인수합병을 원활히 하고 책임경영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노사문제, 소유구조문제 등에 대한 다각적인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19일 금융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종전과 같이 실무차원의 대책만 발표할 경우 오히려 화를 더 자초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부가 얼마나 이른 시일내에 얼마나 과감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판가름나는 만큼 우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