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4일] 중국인 배척법


[오늘의 경제소사/4월4일] 중국인 배척법 권홍우 편집위원 1882년 4월4일, 미국 하원이 생소한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법은 이름부터 고약했다.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 내용은 더욱 그랬다. ‘중국인의 미국 시민권 획득과 이민을 20년간 금지한다’는 게 골자였으니까.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가 이민제한법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였다. 불황과 두려움. 중국인에게 밀려 백인의 일거리와 수입이 줄어든다는 불만과 미국 서부가 황인종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공식 통계로 당시 미국 내 중국인은 10만5,465명. 실제로는 30만명에 가까웠다. 문제는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들어왔다는 점.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1848년)된 후 유입되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은 청나라에 이민장려정책을 촉구하면서까지 중국인 노동력을 받아들였다. 중국인들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았다. 오죽하면 ‘쿨리(coolieㆍ苦力)’라고 불렸을까. 미국의 경제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대륙횡단철도의 난공사였던 로키산맥 구간도 쿨리가 투입된 후에야 뚫렸다. 고생을 마다하지 않던 중국인들의 소망은 오직 한 가지. 돈을 벌어 가족을 초청한다는 것이었지만 중국인 배척법은 수많은 이산가족을 낳았다. 중국인 배척법은 중국이 2차 대전 동맹국으로 부상된 1943년 사라지고 아시아인에 대한 이민 규제도 1965년 폐지됐지만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시안 학생들은 우수한 성적에도 미국 명문대 입학이 제한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저가의 공산품을 쏟아내며 세계경제가 20여년간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구가하는 원동력이던 중국 경제는 견제 당하고 있다. 잘 써먹다 내친 중국인 배척법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토사구팽(兎死狗烹), 감탄고토(甘呑苦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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