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복지부의 '원죄'

국민 여러분 앞에 무책임한 보건복지부를 공개수배합니다. 복지부의 부실한 혈액 관리 체계 때문에 감염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이땅의 ‘잠재적’ 수혈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말입니다. 사건은 지난 19일 발생했습니다. 이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9년 4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유통된 정부의 부적격 혈액 때문에 최대 18명이 BㆍC형간염에 감염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조사를 계기로 부적격 혈액 사건은 마무리가 되는 걸까요. 결코 아닙니다. 복지부가 추적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이번 조사에서 제외시킨 3,000건이 넘는 ‘잠재적’ 피해 사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혈로 인한 감염 인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병원의 수혈장부와 의무 기록이 없었다는 게 복지부의 제외 사유였습니다. 어떻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혈 정보가 없을 수 있을까요. 황당하게도 그간 복지부가 혈액관리법상 수혈장부 보존기간을 고작 3년으로밖에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지부는 혈액 파문이 터지자 뒤늦게 보존기간을 10년으로 늘린 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더군요. 물론 19일 브리핑 자리에서 이 같은 배경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복지부의 귀책사유로 이번 조사에서 총 3,376건이 제외됐으니 이론적으로 최대 3,376명의 잠재적 피해자가 있는 셈입니다. 결국 3,376명은 복지부의 부실한 혈액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계량적 지표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잠재적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추적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조사 실무를 담당한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수혈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인과성을 규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더군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께 묻습니다. 수혈 감염 사건을 둘러싸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지부의 이 같은 ‘원죄’를 알고 계신지요. 안타깝지만 잠재적 피해자 중 일부는 이미 간염 악화로 사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복지부의 부실한 수혈장부와 의무 기록 관리 체계를 탓할 수조차 없는 분들입니다. 정확한 추산조차 어려운 잠재적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지부의 책임 있는 해명과 대책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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