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 보도 '한국'과 '최초'에 치중"

한국언론재단, 방송과 신문 과학 보도 분석

우리나라의 과학 보도가 과학적 성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한국'과 '최초'에 주목해 과학 저널리즘과 거리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언론재단이 펴낸 연구서 '과학보도와 과학저널리즘'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KBS와 MBC, SBS 등 방송 3사의 저녁 종합뉴스 과학보도 69건을 분석한 결과 연구성과 보도에 등장하는 연구자의 국적이 한국인인 경우는 75.4%(52건)에 달했다. 방송사별로는 KBS는 91.7%인 22건이 순수 한국인의 성과에 대한 것으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MBC와 SBS는 각각 70%(14건), 64%(16건)에 달했다. 또 한국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보도한 뉴스의 80%(42건)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켰으나 외국 연구자의 연구성과를 보도한 뉴스 가운데 국적을 부각시킨 경우는 2건(14.3%)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연구자의 연구 성과 보도에서는 '최초'를 강조한 비율이 48.1%에 달했으나 외국 연구자의 연구성과 보도에서는 '최초'를 부각시킨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이 기간에 보도된 조선과 동아, 한겨레 등 3개 신문의 과학기사를 조사한 결과에 3개 신문 모두 연구자의 국적이 외국인인 경우가 한국인인 경우보다 많았다. 3개신문을 합쳐서 보면 외국인이 57.8%를 차지했고 순수 한국인은 34.4%에 그쳤다. 다만 신문의 보도 역시 기사의 제목과 리드 등 '중심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한국'을 강조했다. 순수 한국인의 연구성과에 대한 기사 가운데 68.5%는 제목과 리드에서 한국인임을 부각시켰으나 외국인 기사는 10.8%에서만 외국인 과학자임을 나타냈다. 또 최초의 연구 성과임을 강조한 경우도 한국인 기사는 36.4%를 차지했으나 외국인 기사는 2.7%에 불과했다. 연구서는 "신문 기사에 나타난 연구자의 국적은 40~50%가 한국이어서 과학 영역의 새로운 발견에 대한 보편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있다"며 "특히 방송에서는 이 비율이 80%에 이른다는 점에서 방송 뉴스의 과학보도를 과학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힘든 정도"라고 지적했다. 연구서는 또 "과학적 연구 성과가 한국의 과학 발전 등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뉴스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서는 "과학 저널리즘의 개선 방안은 취재 시스템의 변화와 기자의 전문성강화, 윤리 능력 향상 등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이 더 이상 신문 지면이나 방송뉴스의 다양성과 흥미를 높이는 주변적 요소로 머물 수 없다는 인식의 변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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