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960원선까지 수직 하락하면서 관세와 수입분 부가세 등 주요 세목의 징세 규모가 일제히 줄어들어 한달 사이 까먹은 세수(稅收)가 1,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은 대통령까지 나서 나라 곳간을 채우겠다고 천명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정부가 올해 세입 예산을 짜며 환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달러당 126원이나 예측이 어긋나 3조원 이상의 세수결함을 초래했었다. 25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올들어 환율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이날 종가가 960원대까지 밀려나는 등 정부가 세입 예산 편성 때 설정했던 환율(1,010원)보다 이미 달러당 40원 이상 내려앉았다.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당장 정부의 3대 세목 가운데 하나인 수입분 부가세와 관세 등의 세수에 빨간불이 켜졌고, 법인세도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며 내년 세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말 ‘2005년 나라 살림’을 짜면서 연평균 환율을 1,150원으로 예상했다가 실제로 1,024원까지 하락하면서 수입분 부가세(징세 기준)는 당초 예상보다 1조3,000억원~2조원, 관세는 1조3,000억원~1조5,000억원가량 모자라는 상황을 초래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지난해 말 국회에 출석, “환율이 11∼12% 하락해 수입분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각각 2조원, 1조5,000억원 등 모두 3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었다. 이는 총 세수 부족액 4조6,000억원의 75%를 넘는다. 지난해 상황을 올해 환율 변화폭(예상치 대비 4% 하락)과 단순 비교할 경우 수입분 부가세와 관세 등 2개 세목에서만 올해 연간 기준으로 1조2,000억원이나 비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고, 법인세 감소분 등을 포함하면 세수 부족분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한달 사이에 1,000억원 이상 세수를 까먹은 셈이다. 이에 따라 올 전체 세수 부족분도 당초 예상했던 7조8,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와중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날 올해 환율 전망치를 당초 예상치인 1,014원보다 50원 이상 낮은 96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한편 위안화가 10% 이상 절상되거나 제2의 플라자합의 논의가 본격화하면 평균환율이 900원까지 급락할 것으로 내다봐 세수결함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수입분 부가세로 26조2,000억원, 관세로 6조5,026억원의 세입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