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상공간'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볼만한 영화] 최호 감독 '후아유'지난 3월 서울 거주 '1823'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젊은 세대의 생활관과 사랑법'을 살펴보면, 하루평균 2시간 인터넷 사용시간에 30.6%가 최대한 자신과 비슷하게 아바타를 꾸미고 63.1%가 인터넷으로 만나게 된 이성친구를 '인연이다'며 호감을 갖고 실제로 49.9%가 만남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필름과 커뮤니케이션 그룹 화이트가 합작해 설립된 디엔딩닷컴의 창립작 '후아유'는 게임, 채팅, 아바타로 상징되는 20대의 감성을 쫓아가는 청춘 멜로물이다. 빠른 카메라 워킹과 많은 컷으로 감각적이고 모던한 스타일, 여기에 인디음악의 숨겨진 명곡들이 곁들여지면서 젊은 층에게는 공감대를, 40대들에게는 채팅하고픈 마음을 들게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맺어지는 사랑의 이야기지만 휘발성이 강한 요즘 영화들과는 달리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엿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채팅 게임 기획자인 형태(조승우)는 게임 테스트에 참가한 ID 별이에게 ID 멜로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수족관의 다이버 인주(이나영)였고, 장난으로 시작한 채팅을 통해 사랑을 깨닫는다. '멜로'가 형태라는 사실을 모르고 게임속의 '멜로'에게 빠져있는 인주의 환상을 깨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인주는 현실의 형태에게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게임 속에서는 둘도 없는 커플이지만 현실에서는 싸우고 엇갈리기만 한다. 여러 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전화번호가 나를 대신한다. 통신수단이 피부가 된 디지털 인류의 실상은 나를 표현하는 기호들 속에 숨거나 갇혀버릴 수도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자아가 확장되기도 하지만 자의에 상관없이 변질되기도 한다. 나와 타인과의 만남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만남의 진실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채팅 용어가 등장하고, 화면 전면에 아바타가 보이지만 영화의 궁극적 물음은 요즘 젊은이들의 정체성과 사랑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세상에 내편이 한명 더 늘어난 것같았어. 만나면. 그게 없어질지도 몰라""처음에. 시작할 땐 순수한 게임이었어. 관두지 않은 건 너를 알게 돼서 좋았기 때문이야"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기대치를 훌쩍 넘는 연기력을 보인 두 배우 모습이다. '바이준'의 최호감독 두번째 영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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