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길문화를 바꾸자] 효율성 우선 고려 혼잡.공해 해결

「국가정책이 길문화를 바꾼다.」한 국가의 도로문화는 국민의 문화수준을 반영한다. 교통질서에 대한 개개인의 의식이 국가 전체의 도로문화를 결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정책적 요소다. 잘못된 교통정책은 도로문화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정에서 합리성과 효율성 보다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른 근시안적 교통정책이 반복·누적돼, 이제는 교통문제가 가장 시급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돼버렸다. 이는 선진국들이 일찌기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것과 대조된다. 주요 선진국의 도로정책을 통해 우리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교해 본다. ◇미국의 육상교통효율화법(ISTEA) 91년말에 마련된 육상교통효율화법은 육상교통 프로그램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육상교통의 새로운 비전을 확립해 다가올 21세기에 대비한 것이다. 이 법은 육상교통분야에 92년부터 97년까지 6년간 1,55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우선 4가지로 분류돼 있던 연방보조 도로체계를 전국간선도로시스템(NHS·NATIONAL HIGHWAY SYSTEM)과 도시 및 지방도로의 두 종류로 단순화했다. 도로관리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이와함께 공공교통프로그램(MTP)를 만들어 공공교통에 대한 연방보조 범위를 확대해 대중교통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도로건설에 대한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유료도로를 건설·관리에 대해서도 연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州)나 연방정부가 아닌 민간에게도 도로 소유권을 인정했다. 이밖에 차량증가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 혼잡완화 및 대기정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심지 공해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본의 교통억제정책 및 도쿄만횡단도로건설 일본의 도로상황은 우리와 비슷하다. 국토가 좁은데다 그마저 4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어 기존의 도로체계로는 이를 감당해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차량 이용에 대해 많은 비용을 물리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단지에조차 주차료를 부과하는 등 차량운행은 물론 소유하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와함께 고속도로 등 유료도로의 기능회복을 위해 장거리 차량에는 혜택을 주는 반면 단거리 이용차량에 대해서는 비싼 요금을 물리고 있다. 실례로 100㎞이상 운행 차량에 대해서는 25~30%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 반면 단거리 차량에는 할증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의 공공성을 높이고 고속도로 인접지역 주민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노선버스에 대해서는 통행요금을 30% 할인해준다. 부족한 도로를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도쿄만횡단도로. 이 도로는 도쿄만의 중앙부를 횡단하는 연장 15.1㎞의 자동차전용도로를 건설, 도쿄·요코하마·가와사키·지바 등의 대도시간 연계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지역개발과 연계된 것으로 세계 도로건설사업의 모범적인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다. ◇독일의 아우토반 확충 「속도무제한」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은 전후 독일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됐다. 따라서 독일의 도로정책에서 아우토반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90년 동·서독의 통일은 아우토반의 재정비를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지난 92년 마련된 연방교통로계획(BVWP)는 현재 1만㎞인 아우토반의 연장을 2010년까지 1만3,300㎞로 늘리는 한편 기존 도로망을 개량·확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독일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95년부터 아우토반을 이용하는 트럭을 대상으로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이와함께 아우토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고속도로망 국가간 교역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각 국가와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망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이나 해운을 통한 물류수송만으로는 급증하는 교역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지역별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고속도로망으로는 유럽국제도로망 범아메리카하이웨이 아프리가하이웨이 아시아하이웨이 동북아연결하이웨이 등이 있다. 유럽국제도로망은(E-ROADS)은 올해초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인 유로(EURO)화체제 출범으로 구체화됐다.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유럽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이 도로망은 각국의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 일반도로를 통일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범아메리카하이웨이(PAN-AMERICAN HIGHWAY)는 북으로는 알래스카에서 남미 최남단인 칠레를 하나의 도로로 연결하는 것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연대 및 일체감을 향상시키자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하이웨이는 일본~한국~중국은 물론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을 하나의 물류시스템으로 묶기 위한 것으로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아·태지역의 통합 경제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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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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