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단 한 사람도 소중하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필자도 한국서부발전(주)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젊은이가 가장 선호하는 회사’를 경영 방침으로 주창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한 전력생산회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서부발전’이라는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그 명성을 하루빨리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업 준비생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아울러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국전력에서 30여년 근무하다 잠시 회사를 떠나 있는 동안에 가진 생각들을 총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생산수단' 구시대 사고 처음에는 임원들과 고참 간부들이 너무 젊은이만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다소의 혼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가치와 뜻을 전임직원들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수한 인재들이 속속 입사하고 있고 타 발전회사에 비해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두며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공기업으로서 혁신과 경영 실적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고 노사간의 분위기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직원들과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장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대화 통로를 열어놓았다.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사장과의 접점을 최대한 낮춰 개방한 것이다. 초기에는 형식적이거나 전시행정용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또 대화를 시도하거나 의견을 개진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개인적인 것이 많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진된 의견이 하나 둘 수용되고 해당 사항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직원들도 발상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됐다. 최근에는 핫라인 대화방과 e메일 수발신이 활성화되면서 능숙하지 못한 실력으로 답장하느라 힘이 들어 이제 그만 중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없지는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제는 어떠한 아이디어도 제안시스템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직원 1인당 평균 제안 실적이 5건에 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서부발전 직원들의 경영 참여 열의를 가히 짐작하게 된다. 산업심리학자들은 관리자가 범하는 큰 실수의 하나로 부하직원을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을 생산의 수단으로만 간주하던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만으로는 불확실한 현대 경영 환경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오늘날은 경영의 르네상스시대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마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저마다의 변화 관리와 경영 혁신기법을 구사하고 있고 현대 경영 활동에 있어서는 하나의 정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것은 경영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단 한 사람의 의견도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하고 단순한 것일지라도. 성경에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기록돼 있다. 삶과 경영의 황금률이다. 직원인격 존중해야 회사도 성장 역지사지하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체로 존중할 때 그 회사는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경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이다. 아직도 기업에 대한 불신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노사분규의 조짐도 여전하다. 우리 모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 열린 마음과 진솔한 대화가 뒷받침 돼야 함은 물론이다. 피터 드러커의 주장에 따르면 효율적인 리더는 ‘나’라고 말하지 않고 항상 ‘우리’라고 말하고 생각한다. 나아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열정을 품고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고개 숙인 벼를 보며 다시금 인내와 겸손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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