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新기러기 가정' 는다

구조조정 지속 지역금융社 직원 날로 증가직장을 찾아 가장(家長) 홀로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나고 나머지 가족은 그대로 지방에서 머물며 생활하는 '신(新) 기러기 가정'이 늘고 있다. 특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금융권의 구조조정으로 인수 합병이나 퇴직 등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 금융기관의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생활형태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30대 중ㆍ후반의 나이에 생활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생활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서울 등 수도권지역으로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 근무하면서 해오던 업무에 맞는 일을 지방에서는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일을 찾더라도 쉽게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수준의 차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도 홀로 상경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인수 합병으로 서울에 있는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김 모씨는 "지방에서는 32평 규모의 아파트를 구입해 살지만 그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로 올라갈 경우 20평 짜리 전세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가족과 함께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 오피스텔에서 자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큰 착각이었다"며 "한동안 상대적 박탈감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행을 그만둔 박 모씨도 같은 경우다. 새로운 직장인 외국계 보험회사에 취업했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아파트 구할 일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도 한동안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건강을 크게 헤쳐 지금은 전세를 얻어 생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을 떠나 홀로 직장 생활을 하는 가장들은 건강문제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현직에 있는 지역 금융기관 종사자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모 금융지주회사와 전산통합을 앞둔 몇몇 지방은행의 경우, 전산실 직원 대부분이 생활 터전이던 지역을 떠나 서울로 근무처를 옮길 예정이지만 가족과 함께 할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김 모 과장은 "아직 지주회사와 협상이 끝나지 않아 민감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장래가 불투명해 가족 전체가 생활터전을 옮길 생각은 없다"고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지속적인 금융권 구조조정이 신 기러기 가족이란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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