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국의 新 통상정책

월스트리트저널 5월17일자

미국 여야가 합의점을 찾았다고 환호할 때면 막상 그 뒤에 감춰진 속내를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지난주 부시 행정부가 의회와 극적 합의한 새 통상정책은 양당이 진정으로 마련한 돌파구로 보인다. 합의 내용을 보면 민주당은 페루ㆍ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하기로 했고 대신 노동ㆍ환경기준에 대해 공화당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냈다. 그나마 이번 통상정책은 양측 입장을 적절히 반영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의회 내 보호주의 세력은 미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조항을 따르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8개의 ILO협약 중 2개만 서명한 만큼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니다. 또 무역협상 대상국들끼리만 특별재판을 통한 소송제기가 가능해 노조와 같은 제3의 단체는 상대국가를 고소할 수 없다. 이렇듯 이번 협상은 상대국의 소송제기를 최소화한다는 기본적 틀 안에서 성사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예컨대 페루가 미국이 국제노동기준을 어겼다고 제기해도 페루는 FTA 협정에서 미국이 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법적조치가 어려워진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노동ㆍ환경계가 로비를 통해 차기 행정부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통상정책을 협상 상대국에 압박할 가능성이다. 부시 행정부는 열심히 민주당을 설득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백악관은 제약업체들의 지적재산권을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고개를 숙였다. 새 정책은 미국과 협상하는 국가들이 미국 시중에 있는 어떤 약품도 복제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이 미국 지재권을 침해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던 민주당이 스스로 자국의 제약 지재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낳은 셈이다. 이만큼 양보를 감수했는데도 여당이 얻은 것은 겨우 2개의 소규모 FTA에 불과하다. 더욱이 콜롬비아와의 무역협상은 실망적이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체결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의 FTA를 포함해 민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는 다음달 만료되는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TPA)도 반드시 같이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으로 유연성이 결여됐다는 이미지를 굳히게 될 것이다. 민주당 보호주의자들을 설득시키는 데 앞장서온 찰스 랑겔 세출위원장에게도 기대를 걸어본다. 다수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의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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