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휴먼웨어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우리 사회에는 중년, 중간 정도 수입, 중간쯤의 지위 등 ‘미들(middle)’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 많다. 지난 60년대 이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35세부터 50대까지를 중년이라고 본다면 그 수가 우리나라 전인구의 32%, 취업자의 56%를 차지한다. 그 대부분이 중산층 생활을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나 조직 내에서 중간적인 지위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도 중류의식이 강한 사회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70% 이상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잣대로만 보면 우리 사회의 중심축은 절대빈곤층이 주류를 이뤘던 사회에서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된 중산층 중심의 사회로 이동했다. 하지만 경제 외적인 기준에서 보면 우리 중산층은 아직 취약하다. 재산은 얼마이고,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이고, 자동차는 무엇이고, 직위는 무엇인지와 같은 경제적 요건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다는 아니다. 풍요로운 삶은 경제적 요건 외에도 문화적 충족감, 즉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교양의 습득이나 정서적 만족을 가져오는 생활기술의 습득도 요구된다. 얼마 전 한 외국시사잡지에서 서양 중산층의 전형적인 생활방식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잡지에 실린 서양 중산층의 요체는 원하는 소비생활을 즐길 만큼의 수입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문학·음악·회화 등을 즐길 수 있는 예술적 소양과 국제적인 감각을 수용할 수 있는 외국어의 습득, 건강한 사회생활과 사교를 도와주는 스포츠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나 공익적 기부활동과 같은 성숙한 시민적 덕목의 실천이었다. 나는 이처럼 삶을 진정으로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생활기술을 휴먼웨어(humanware)라고 부르고 싶다. 내 생각에 우리 중산층의 삶에서 결핍돼 있는 점이 바로 이 휴먼웨어이다. 경제적 동기만을 앞세워 다른 삶의 가치들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면 절름발이 삶에 불과하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봉사활동을 이른 시일 내에 정식 교과과정에 도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임감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정 총창의 말처럼 학생들이 공부가 단지 개인의 영달만이 아니라 장차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오히려 학업의 성취동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 주역인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풍요로운 생활은 경제적 성취에 의해서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익추구를 넘어 자신을 단련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휴먼웨어가 뒷받침돼야 한다. 계려훤의(꿰맨 옷을 입어도 원추리처럼 밝고 아름다워야 한다)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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