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 정치인 등 142명에 대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으나 경제계가 건의했던 재벌 총수 등 경제인은 대부분 제외됐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안희정ㆍ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노무현 대통령 측근 정치인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포함됐다. 여당과 재계가 건의한 기업인이 배제됨에 따라 정치인은 되고 기업인은 안 되는 사면이란 비아냥도 들린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남용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이므로 국민의 뜻에 따라 엄격하고도 공평하게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면은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지난해 광복절에 특별 사면된 정치인이 장관에 발탁돼 ‘유권무죄 무권유죄’란 말이 나도는 상황에서 이번 특별 사면된 사람들을 보면 이 같은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처럼 정치인에게는 관대한 사면 잣대가 경제인에게만은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사면이 공평하게 실시됐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인도 국민의 지탄을 받은 파렴치 범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정치자금에 연루되거나 과거의 관행인 분식회계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경제인을 사면대상에 포함시켜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도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터인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뉴딜정책’을 재계에 제시하며 투자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재계도 출자총액제 폐지 등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하고 경제인 55명의 사면을 건의했었다. 이들이 사면에서 대부분 제외됨에 따라 여당의 친기업정책 행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만 사면까지 여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재계의 실망과 불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과 재계의 ‘딜’이 잘될지 의심스럽다. 화이트 칼라 범죄를 엄단하려는 방침은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처벌 및 사면기준이 정치인과 경제인이 다르다면 형평성을 지킨 사면으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