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대출을 받으면서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는 각오는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월 이자부담이 7만원가량 늘어났고 앞으로도 금리가 더 오른다니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지난해 2억원가량의 대출을 끼고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한 이모(32)씨는 요즘 대출 이자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씨는 “내 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 때문에 무리해서 집을 산 것”이라며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와 몇 년간 열심히 모으면 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출을 받으면서 당분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은행 빚을 진 사람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CD 금리는 지난해 10월에는 4.6%였지만 지금은 5.%를 넘어섰다. CD 금리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물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고 변동금리부 대출을 선택할 때는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 있다. 그러나 과연 최근의 금리상승 폭이 대출 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할 타당한 몫일까.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서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장 유동성 흡수를 통한 금리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지준율 인상을 비롯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RP지원 등을 중단함으로써 강력한 긴축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유동성 흡수 방법이 지나칠 정도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은은 은행들이 잘못된 단기자금 운영 방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시장에서는 원칙을 부드럽게 적용해나가는 ‘운용의 묘’도 필요하다.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주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획에 따라 인생을 설계하는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선진 사회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