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 집단소송 공포에 떤다

개인정보 유출서 제조품까지 전방위 확대<br>일부선 배상액이 연간 투자액과 맞먹기도<br>법무 역량강화속 과잉소송등 우려도 커져

기업들 집단소송 공포에 떤다 개인정보 유출서 제조품까지 전방위 확대일부선 배상액이 연간 투자액과 맞먹기도법무 역량강화속 과잉소송등 우려도 커져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집단소송으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 다우코닝 사태가 났을 때만 해도 먼 나라 얘기이겠거니 했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A기업 법무 담당 임원) 지난 2월 인터넷 쇼핑몰 옥션을 시작으로 GS칼텍스에 이르기까지 올 들어 다섯 차례나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를 계기로 ‘집단소송’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업들이 떨고 있다. 아직은 정보유출 등 제한적 범위에서 소송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커지면서 어느 기업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히 지금은 우리 제도가 증권에만 한정된 집단소송이나 특정단체가 금전배상 없이 불법행위만 중지하도록 요청하는 ‘단체소송’, 대표 원고만 선정해 소송인에게만 배상하는 ‘선정당사자제도’에 머물러 있지만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불특정 다수에게 배상을 의무화하는 미국식 집단소송제(classaction)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리콘 결함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다우코닝 사태가 우리에게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소비자 관련 법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정보 보안과 리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동안 증권 집단소송제와 단체소송제도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금융은 물론 일반제조품ㆍ식품ㆍ의약ㆍ정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의 소송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배상을 요구하는 액수도 점차로 커져 최근 일부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경우 전체 배상액이 연간 투자액과 맞먹는 조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GS칼텍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몫(소송)을 노리고 변호사가 원고를 모으는 이른바 ‘기획소송’의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과잉소송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B그룹의 한 마케팅 담당 간부는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소송을 놓고 특정 기업과 흥정하는 일이 있는데 현상황을 방치하면 유사한 행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유의 반기업 정서를 고리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있지도 않은 비리를 올려 이를 소송으로 연결시키려는 징후도 나타나 기업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소송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의 경우 회원의 신용카드 번호 등 금융정보까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GS칼텍스 사태 이후 각종 마케팅과 타사에 대한 정보공유를 자제하는 등 회원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고 있다. 소송에 대비한 기업들의 사전대응도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당장 SK그룹이 국내 최대 회원을 보유한 OK캐쉬백 멤버십 운영상황을 긴급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근 회원 정보유출 가능성을 예방하는 것뿐 아니라 타사에 대한 정보제공 범위 등을 재점검해 시비거리가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LG 등 최종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전자업계와 자동차 결함으로 항시 집단소송에 노출돼 있는 현대ㆍ기아차 등도 리콜 대응체계를 강화, 집단소송을 미연에 방지할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도 항공권 예약ㆍ판매 등 업체 운영의 근간이 고객 정보인 만큼 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또 마일리지 유효기간제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점을 감안, 소비자들의 불만이 집단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별 고객들에게 철저히 안내하고 있다. 집단소송에 대비한 기업들의 대응은 마케팅뿐 아니라 재무 파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증권 집단소송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공시 내용을 문제삼은 집단소송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상장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공시계획을 재점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상장기업의 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해 주가가 하락하면 변호사들이 원고를 모집해 집단소송을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자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공시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내 소송제도가 해외 동향과 반대로 지나치게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밀한 의미의 집단소송제를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폐해 때문에 제도를 후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일본은 지난 1970년대부터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기업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을 유보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법무담당 임원은 “우리나라는 상당수 제도가 사회 흐름에 영합하는 쪽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활동에 유연성을 주는 선진국의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