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기술개발과 기초과학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상품 공급방식의 변경 등 경제에 충격을 줘 변동을 야기시키고 이것에 대한 동태적 이윤을 발생시키는 모든 계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장을 위해 창조적 파괴에 의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래 기술과 성장에 관한 많은 연구와 이론적 발전이 이뤄졌다. 기술과 경제성장의 관계와 관련, 지난 70년대까지는 기술을 외생변수로 간주한 외생적 성장이론이 주류를 이뤘으나 80년대 들어서는 경제주체들이 기술을 의도적으로 발전시켜 성장을 자극한다는 내용의 내생적 성장이론이 등장했다. 초기의 연구개발(R&D)은 과학기술의 일부로 인식돼 순수 분야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주체로서 R&D를 이해하고 기술사업화(R&BD)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D도 꾸준히 변화해왔다. 1세대 R&D는 연구형 R&D로서 듀폰연구소의 나일론 발명과 같은 것이며 2세대는 관리형 R&D로서 프로젝트 관리를 통한 사업의 효율성을 지향했다. 3세대는 최근까지 사용되는 전략형 R&D인데 전사적 전략을 통합한 기술개발로서 선택과 집중의 포트폴리오, 기술 로드맵의 도입과 응용으로 발전했다. 4세대는 90년대에 등장한 혁신형 R&D로 새로운 시장 창출과 시장 통합을 통한 가치창출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4세대는 본격적인 기술혁신과 기술사업화를 중요시하며 인텔ㆍ시스코시스템스ㆍ마이크로소프트ㆍ모토롤러ㆍ휴렛패커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부가 실시한 ‘국가R&D 성과활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다수 이공계 종사자들이 국가 R&D 성과의 활용이 미진한 가장 큰 요인으로 ‘성과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연구 수행방식(43.7%)’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이외에도 ▦성과활용에 대한 보상 부재(21.3%) ▦기술거래시장의 비활성화(16.9%) ▦성과물의 축적과 관리 미흡(13.1%) ▦기술과 시장환경 등의 변화(5.0%) 등을 지적했다. 미활용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사업화에 필요한 소요자금 지원’을 주장한 응답자가 47.1%로 가장 많았고 ▦사업화 관련 전문인력 양성(23.2%) ▦데이터베이스 등 관련 정보망 구축(22.8%) ▦전시회ㆍ설명회 개최 등 홍보지원(6.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성과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부지원 방식으로는 ▦실제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나 연구기관 중심의 지원방식 ▦기술수요자인 기업 중심 ▦성과관리를 전담하는 기관 설립 등을 꼽았다. 국가 R&D 성과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활용을 염두에 둔 ‘전주기적 성과중심 연구관리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셈이다. 설문 결과에서 알 수 있듯 R&D된 결과를 사업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 R&D가 수반돼야 하며 기획단계부터 전주기적인 연구관리체계가 확립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R&D 투자의 효율성 및 성과 개선에 관한 최근 논의에서는 실용화ㆍ상업화 등과 같은 단어가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 기초연구보다는 개발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성과 개선을 위한 개발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현실이 기초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간의 기술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현시점에 우리 고유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며 이는 기초연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R&D 투자 성과는 어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할 것이다. R&D 투자의 절대적인 규모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구를 통한 꾸준한 지식축적 없이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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